예전의 내가 아니라, 새로운 나로

by 괜찮지않은사람

예전의 나는 늘 같은 패턴 속에 있었다. 상처를 받으면 웃으며 넘기고, 힘들어도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괜찮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말이 나를 지켜줄 거라 믿었지만, 사실은 조금씩 나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내가 항상 강하다고 생각했고, 나조차도 그렇게 믿으려 했다. 하지만 강하다는 건 아프지 않다는 뜻이 아니었다. 아픔을 삼키는 법을 배운 것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예전의 내가 너무 지쳤다는 걸 깨달았다. 그 ‘예전의 나’는 남들이 원하는 나였지, 내가 원하는 내가 아니었다. 남의 기대에 맞춰 살아온 시간은 길었지만, 내 마음에 귀 기울인 시간은 거의 없었다. 어느 날 거울 속 내 표정이 낯설게 느껴졌다.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생기가 없었고, 어딘가 텅 빈 듯 보였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이렇게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변화는 거창한 결심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아주 작은 선택에서 출발했다. 거절하고 싶은 부탁을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 혼자 있고 싶은 날엔 약속을 미루는 것, 하고 싶었던 일을 미뤄두지 않는 것. 처음엔 불안했다. 혹시 사람들이 나를 이기적이라고 할까 봐, 혹은 멀어질까 봐 걱정됐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보다, 나를 잃어버리는 게 더 무서웠다.

새로운 나는 조금 더 솔직해졌다. “오늘은 좀 힘들어서 쉬고 싶어.” 이 한마디가 나를 얼마나 자유롭게 만드는지 몰랐다. 예전 같으면 끝까지 웃으며 버텼을 상황에서도, 이제는 내 마음을 먼저 챙겼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아 올린 작은 변화가, 결국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가끔 물었다. “예전이랑 많이 달라진 것 같아.” 그 말 속에는 의아함도, 조금은 서운함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응, 달라졌어. 그게 나한텐 좋은 거야.” 예전의 나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애썼지만, 지금의 나는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변화에는 늘 손실이 따른다. 떠나보내야 할 관계도 있었고, 포기해야 할 익숙한 습관도 있었다. 하지만 그 빈자리에 새로운 나를 위한 공간이 생겼다. 그 안에는 솔직함, 편안함, 그리고 나를 향한 믿음이 자라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틀 속에서 연기하는 나가 아니라, 내 감정과 욕구를 인정하고 선택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상처받을 때도 있겠지만, 그 상처를 덮는 대신 들여다볼 용기를 가졌다.

새로운 나는 완벽하지 않다.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때로는 주저한다. 하지만 그 모든 흔들림 속에서도 나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시절의 나는 너무 외로웠고, 너무 힘들었으니까. 이제는 그때의 나를 안아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예전의 내가 아니라, 새로운 나로. 그게 내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keyword
이전 15화외로움과 손잡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