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리지 않는 연습

by 괜찮지않은사람

살다 보면 나를 지키기보다 버리는 순간이 더 많았다. 타인의 기대를 맞추기 위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다투고 싶지 않아서 내 마음을 제일 먼저 내려놓았다. 처음에는 그게 어른스러운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참는 것이 배려이고, 나를 포기하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길이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그렇게 버려진 건 평화가 아니라 나였다는 것을.

나는 내 마음을 ‘나중에 챙기면 돼’라며 뒤로 밀어두었다. 하지만 그 ‘나중’은 오지 않았다.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속에서 내 마음은 계속 밀리고 밀리다 결국 먼지처럼 쌓였다. 그리고 어느 날, 그 먼지가 나를 숨 막히게 했다. 아무도 나를 버리라고 강요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나를 버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가장 서글펐다.

나를 버리지 않는 연습은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싫은 건 싫다고 말하기, 힘들면 힘들다고 표현하기, 내가 원하지 않는 자리에 서지 않기. 이런 사소한 선택들이 모여 나를 지킨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이기적이다’라는 시선을 감당해야 하고, 누군가의 실망을 감수해야 했다. 그 두려움이 나를 다시 옛 습관으로 끌어당겼다.

그러나 오래 버려진 나를 되찾는 일은, 나를 잃는 일보다 훨씬 값졌다. 내 마음을 존중하기 시작하자, 관계도 조금씩 달라졌다. 맞춰주기만 하던 내가 사라지자, 진짜로 나를 존중하는 사람만 남았다. 그 과정에서 몇몇 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예전 같았으면 그 빈자리가 두려웠을 텐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그 빈자리는 내가 나로 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니까.

나를 버리지 않는 연습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이다. 출근길에 듣고 싶은 노래를 고르고, 주말에는 아무 약속도 잡지 않고 집에서 쉬는 것.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고, 내 마음이 원할 때만 대화를 시작하는 것. 이 작은 습관들이 모여 나를 지킨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에게 미안해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는 유난히 냉정하다. 조금만 게으르면 ‘이래도 되나?’ 걱정하고, 조금만 쉬어도 ‘뒤처지는 건 아닐까’ 불안해한다. 하지만 나를 버리지 않으려면, 그 불안을 견디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를 지키는 건 세상이 허락하는 순간이 아니라, 내가 나를 허락하는 순간에 시작된다.

나는 이제 안다. 누군가의 인정보다 내 마음의 평화가 더 소중하다는 걸. 타인을 위해 나를 버리면, 결국 나도 그 사람도 잃는다는 걸. 그래서 오늘도 나는 연습한다. 내 마음을 먼저 듣는 법을, 내 감정을 무시하지 않는 법을,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버리지 않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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