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상처받은 마음은 영원히 그 모양 그대로 남아 있을 거라 믿었고, 한 번 굳어진 감정은 다시 부드러워질 수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마음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변한다는 걸. 변화를 실감하는 순간은 드물지만, 어느 날 문득 내가 예전처럼 아프지 않다는 걸 깨달을 때, 그 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단단한 벽 같았던 마음이, 시간이 흐르면서 모서리가 둥글어졌다. 여전히 흉터는 있지만, 그 위로 부드러운 살결이 덮였다. 예전엔 어떤 말 한마디에도 쉽게 무너졌던 내가, 이제는 같은 말을 들어도 덜 흔들린다. 그게 무뎌진 건지, 단단해진 건지 스스로도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하루를 무너뜨릴 만큼의 힘은 없었다.
마음의 모양이 변하는 데에는 의도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억지로 괜찮아지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시간. 나는 그 시간을 통해 내 감정을 하나씩 정리했다. 분노는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그 강도는 약해졌고, 슬픔은 여전히 깊었지만, 더 이상 숨을 막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예전엔 감정을 ‘없애야 하는 것’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함께 지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마음이 변한다는 건, 그 속에 담긴 관계와 사건에 대한 시선이 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의 행동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이유가 보이기도 했다. 그때는 나를 향한 공격처럼 느껴졌던 말이, 사실은 그 사람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렇다고 해서 상처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지만, 그 이해가 내 마음의 날을 무디게 했다.
변화는 대단한 결심이나 화려한 계기로 오지 않았다. 아주 사소한 순간들—아침에 마신 따뜻한 커피 한 잔, 길가에 핀 꽃을 본 짧은 시간, 뜻밖의 메시지 하나—이 그런 변화를 만든다. 하루의 아주 작은 위로들이 모여, 어느 날 마음의 모양을 바꿔놓는다. 그리고 그 변화는 조용하지만 확실하다.
나는 여전히 상처를 안고 산다. 하지만 그 상처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달라졌다. 예전엔 그것이 나를 결함 있는 존재로 규정한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그 상처 덕분에 내가 더 깊어진다고 생각한다. 상처는 내 마음의 일부이고, 그 부분이 있기에 나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마음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건, 결국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변한다는 뜻이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던 날들에서, 이제는 나를 기다려주는 날들로. 그 느린 변화 속에서 나는 내가 다시 살아갈 힘을 찾는다.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만, 조금 더 편안한 내가 되어간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고, 마음의 모양은 앞으로도 계속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건 그 변화를 알아차릴 만큼 나를 들여다보는 일. 그렇게 나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