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풋사랑

by 빛한결

첫 중간고사를 마친 후,

성적은 반에서 3등,

이전의 나와는 분명히 달라져 보이는 나 자신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노는 것이 일상의 전부였던 내 삶 속에,

그날 이후 '공부'라는 또 다른 세상이 조용히 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수업 시간에 더욱 집중을 하게 되었고

방과 후 복습과 예습이란 걸 처음으로 나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그런 내 모습을 대견해하시며

간식과 음료수를 챙겨주셨고,

공부는 할수록 좋은 결과가 나오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공부를 해야 할 이유는 너무도 분명해졌다.

더 이상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에 다가가기 위한 나의 선택이었다.


그러던 중 중학생이 되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자주 오고 갔다.

나 또한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지만,

한편으론 많이 조심스러웠다.


대학교 들어갈 때까지

남자친구는 절대 안 된다고

엄마는 내게 강하게 선을 그으셨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내게 고백해 온 아이들 중에는

내가 마음 깊이 정말 좋아했던 아이가 있었다.

키 크고 반듯하고 공부도 잘하던,

그야말로 모든 조건이 완벽했던 아이였다.


나는 그 얘와 정말 사귀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며칠 동안 밤마다 같은 생각을 반복하면서 고민했다.


그래서 결국, 그 얘의 진심 어린 고백에 답 대신

조심스레 긴 이별의 편지를 건넬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이성 교제를 할 수 없다고.

엄마의 말씀을 어길 수가 없다고.

공부에만 전념해야 할 거 같다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그 편지를 전해주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풋사랑은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조용히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그 일 이후 나는 더 이상 쉽게 흔들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둘다섯의 ‘편지’라는 노래가 들릴 때면

지금도 문득문득 그때의 장면이 떠오른다.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끝나버린 풋사랑의 기억이.


공부에 집중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겼다.


선생님의 칭찬을 받으며 점점 모범생이 되어갔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여전히 넓고 다양했지만

나의 중심은 확실히 '공부'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렇게 나의 학창 시절은

이성교제와는 분명한 선을 긋고,

오롯이 공부에만 몰두하는 시간으로 흘러갔다.


그 시절 내가 선택한 길이

가끔은 아쉽고 후회로 남았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 선택 덕분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


비록 어린 마음의 결정이지만 그 길은 결국

나를 단단하게 세워준 가장 단단한 초석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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