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산골, 그곳에 내가 있었다!

by 빛한결

어릴 적 내가 살던 고향은 강원도 두메산골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그립고 아련하다.

바쁘게 살다가도 문득문득 생각나게 하는 내 삶의 휴식처 같은 곳이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다시 20분을 더 타고 가야 비로소 우리 마을에 도착한다.

사방이 높고 푸른 산들이 감싸고 있는 작고 조용한 시골마을.

큰길에서 안쪽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 파란 기와를 얹은 우리 집이 보인다.



시골집 입구에 들어서면 양쪽으로 아주 큰 대추나무가 장승처럼 우뚝 서 있다.

해마다 대추나무에는 붉게 익은 달콤하고 큼지막한 대추가 주렁주렁 달린다.

나무 그늘아래에서 놀다 배가 고프면 왕방울만 한 대추를 따서 먹었다.

왕사탕처럼 큰 대추의 달콤한 그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강렬한 여름 햇살 아래, 굵고 빨갛게 익은 대추를 한입 깨물면

그 달달함과 달콤함은 마치 커다란 알사탕처럼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린다.

그럴 때면 어린 마음에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쁨이 있었고,

나는 마냥 행복한 아이가 되었다.


대추나무에 고무줄을 묶고 친구들과 놀았고

나무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잤다.

한참을 놀다 지치면

엄마는 밭에서 막 캐온 감자와 옥수수를 가마솥에 삶아 주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와 찰옥수수는 세상 어떤 간식보다 맛있었다.


갓 쪄낸 보슬보슬한 감자를 설탕에 듬뿍 찍어서 먹었고,

엄마는 뜨겁다며 젓가락으로 찰옥수수를 꽂아 주셨다.

찰옥수수 한 알 한 알을 떼어먹으면 찰진 맛과 단맛이 함께

어우러진 고소한 맛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고

그 행복감은 어느 것에도 비교도 안될 만큼 행복했다.


시골집 안쪽으로 들어오면 마당 오른쪽엔 엄마가 예쁘게 가꾼 작은 화단이 있는데,

봉선화, 채송화, 맨드라미, 접중화, 등 울굿 불긋한 예쁜 꽃들이 활짝 피어 있다.

뒷마당으로 가면 장독대 옆에 작은 화단이 보인다.

유독 활짝 핀 백합꽃의 그 은은한 향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뒷마당 앞에 작은 다락방이 있는데 그곳은 나의 비밀 아지트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문지방을 배게 삼아 누워

밖을 쳐다보고 있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매미소리와 함께 따스한 햇살이 비친다.

푸르고 연한 나뭇잎과 꽃들이 선선한 바람과 함께 흔들리며

백합꽃향기로 코끝을 자극한다.



시골집 앞에는 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른다.

시냇물에 발을 담그면 한여름에도 발이 시릴 정도로 시원하다.

냇가를 따라 조금 올라가다 보면 샘물이 있는 우물가가 있다.

우물가 주변에는 늘 바가지가 하나 놓여 있었고

친구들과 놀다 목이 마르면 으레 우물가로 달려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곤 했다.


우물가 바로 뒤편으로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지막한 언덕이 하나 보인다.

그 언덕에서 머루며 달래, 그리고 산딸기를 따먹으며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았다.

그 곳은 어린시절 나의 놀이터이자 운동장, 그리고 자연 학습장이었다.

그때 느꼈던 그 소중한 순간들,

내 코끝을 스치는 온갖 상큼한 풀냄새와 살랑거리는 바람 소리들,

그리고 나를 향해 따스하게 비추던 햇살은 지금도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나의 어린 시절은 늘 자연과 함께였다.


그 시절 자연과 함께 했던 따스한 기억을 따라 다시 나를 만난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 자신'을 다시 꺼내기 위해....


나의 정체성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내가 모르고 있을 어린 시절

추억 속의 작은 기억조각들을 맞추며

나를 위한 여정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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