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산골의 겨울이야기
강원도 깊은 두메산골,
그곳의 겨울은 늘 길고 고요하다.
겨울은 해마다 서둘러 찾아와
적막한 기운으로 산골마을을 뒤덮는다.
사람들의 발걸음마저 끊기고,
마을은 끝내 깊은 고요에 잠겨 버린다.
첫눈은 일찍 내려 오래도록 녹지 않으며,
시간마저 멈춘 듯 겨울은 길게 이어진다.
그만큼 봄은 늦게야 찾아와
긴 겨울 끝에 얼어붙은 땅을 조금씩 녹여낸다.
고요한 겨울밤,
하얀 눈발이 끝없이 내려앉아
며칠 밤낮이고 내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마당 가득 쌓인 눈더미 때문에
우리는 한동안 집 밖을 나서지 못했다.
허리까지 치솟은 눈은 발걸음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눈이 수북이 쌓이면 온 가족이 빗자루와 삽을 들고 앞마당을 치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오빠들이 만든 커다란 눈사람이 마당에 서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마당을 지키는 수호신 같았다.
해가 뉘엿뉘엿 지면 굴뚝마다 모락모락 연기가 솟아올라,
마을엔 저녁의 따스한 풍경이 스며들고 온기가 곳곳에 번져 갔다.
따끈하게 데워진 온돌방엔
어느새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화롯불에 노릇하게 구워낸 찰옥수수는,
우리에게 한겨울 밤 가장 맛있는 별미이자 소중한 간식이다.
집 안의 따스한 시간만큼이나,
겨울밤의 놀이와 먹거리는 우리에게 큰 즐거움이었다.
눈이 어느 정도 녹으면 오빠들과 함께
포대자루를 들고 집 앞 작은 언덕으로 향한다.
나지막한 언덕은 금세 우리의 놀이터가 되었고,
꼭대기에 올라 포대자루에 몸을 맡긴 채
쏜살같이 밑으로 달려 내려오면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가 않았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듯했고,
양볼이 발갛게 달아오를 정도의 매서운 추위마저도
오히려 즐거움과 설렘으로 다가왔다.
엉덩이에 깔린 포대자루가
눈 위에 미끄러지며 내는 사각거림,
그리고 우리들의 웃음소리,
그 짜릿한 스릴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의 하루하루는 그저 행복으로 가득했다.
강원도 산골의 겨울은 길고도 추웠지만,
우리의 마음만은 늘 따뜻했고 웃음이 넘쳤다.
그 시절 강원도 두메산골의 겨울은
고단한 삶을 견뎌낼 힘이 되어 주었고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으로 지금도 내 마음속 깊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