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산골, 해를 품은 아이

by 빛한결

강원도 산골에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면,

서울 사는 친척들은 아이들과 함께

시골에 내려와 함께 휴가를 보낸다.


형광등 불빛이 더 익숙한

그 아이들에 비해

나는 늘 자연과 함께 뜨거운 햇살 아래

해를 품은 아이처럼 온종일 뛰어다녔다.


뜨거운 햇살에 땀을 뻘뻘 흘리다,

줄기에서 막 딴 오이를 한 입 베어 물면

상큼한 향이 내 코끝을 강하게 터치한다.

아삭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 가득 번진다.

그 맛은 따가운 여름 햇살마저 잠시 잊게 해 준다.

내게만 주어진 특별한 비타민이었다.


한참을 놀다,

냇가에서 얼음처럼 차가워진 수박을 꺼낸다.

시원하게 잘라 한 입 베어 물면 더위가 스르르 가신다.


서울에서 자란 아이들은 얼굴이 하얗고 뽀얗다.

그 속에서 까맣게 그을린 내 얼굴이 유난히 눈에 띄다 보니,

어느 순간 마음이 작아져 괜스레 주눅이 들때도 있다.


그런 내 모습이 가끔은 부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던 그 시절은

지금도 내게 그립고 소중한 시간으로 남아있다.


그 때를 떠올리면,

햇살에 그을려 까맣게 변한 내 얼굴이 가장 먼저 스친다.

그땐 몰랐다.

그 시간이 얼마나 내 마음을 단단하게 했고,

세상 두렵지 않게 만들었다는 것을..


비록 주눅 들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깊이 남은 건 자연이 안겨준

자유로움과 따뜻한 온기였다.

지금도 힘든 날이면

자주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맑고 푸른 하늘과 매미 소리,

시원하게 흐르는 냇물 소리는

그 옛날 나의 웃음소리와 어우러져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나를 반기고 위로해 준다.


그 기억 속 나는 햇볕을 유난히 좋아했고,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하루 종일 뛰어다녔다.

그래서인지 오빠 친구들은 나를 '땡삐'라고 불렀다.

새까만 피부에, 누가 말을 걸기만 해도

바로 쏘아붙인다고 붙여준 이름이었다.


그 별명 속에는 해를 품은 아이처럼

밝고 자유로웠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햇살을 가득 머금은 채 뛰어다니던

그 시절의 나는 세상 그 무엇보다 자유롭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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