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마이크를 잡다

노래도 기세, 마음도 기세

by 율블리

그날 아침,

하율이를 원피스로 갈아입히고 거울 앞에 세웠습니다.

분홍 원피스에 리본머리핀,

조그만 어깨에 가방 하나.

마치 인형처럼 서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데,

괜히 웃음이 났습니다.

공주님이 따로 없었거든요.

무대에 선다고 해서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었지만,

괜히 머리를 한 번 더 매만지고

옷깃을 다듬으며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하율아, 떨리진 않아?"

아이의 대답은 단순하고 당당했습니다.

"응. 그냥 노래 부르는 거잖아."

그 말에 저도 모르게 다시 한번 웃음이 났습니다.

아이의 말은 언제나 제 마음을 콕 찌릅니다.


사실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동요/찬양 발표회'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발표회는 어린이집 내부의 작은 강당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아이들끼리 함께하는 무대였기에,

아쉽지만 부모는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처럼,

우리만의 응원을 건넸습니다.


"모든 일은!?"

"기세!"

"노래도!?"

"기세!"


저와 하율이, 그리고 할머니까지

셋이서 어린이집 앞에서 활짝 웃으며 외쳤습니다.

기세 좋게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만의 방식이었습니다.





발표회가 끝난 뒤,

선생님께서 키즈노트를 통해 하율이의 사진과 영상을 보내주셨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순간

작은 무대 위,

분홍 원피스를 입고 마이크를 쥔 하율이는

생각보다 훨씬 진지한 얼굴이었습니다.

자세는 당당했고,

노래는 시작하자마자 우렁차게 울려 퍼졌습니다.

작은 손으로 마이크를 꼭 쥔 채,

한 소절 한 소절 자신 있게 불러나가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날 무대를 가득 채운건

화려함도, 요란함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하율이의 씩씩한 '기세'하나로 충분했지요.




집에 돌아온 하율이는

신이 나서 발표회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엄마! 나 진짜 잘했어.

가사도 안 틀리고 목소리도 엄~청 컸어!"

그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아이를 보며

웃음이 나다가도 가슴 한쪽이 살짝 찡해졌습니다.

무대를 직접 본 건 아니었지만

사진과 영상, 그리고 아이가 들려준 말만으로도

그 순간은 제 마음속에 또렷하게 남았습니다.

기세 좋게, 브이까지 완벽하게



다섯 살,

마이크를 잡고 기세 좋게 노래했던 날.

그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제 마음엔 잔잔한 울림이 번져옵니다.

오늘도 저는 조용히 되뇌어 봅니다

"모든 일은?"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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