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마음이 도착했습니다.

아직 글씨는 서툴지만, 마음만은 정확히 도착했어요.

by 율블리

하율이가 처음으로 저에게 편지를 써준 날이 있어요.

딱 다섯 글자.

그것도 삐뚤빼뚤하고 엉뚱하게 기운, 아주 서툰 손글씨였죠.

엄마 사랑해요

요즘 들어 글씨에 관심을 보이던 하율이가

색종이를 꺼내더니 무언가를 쓰고 접고,

심지어 봉투까지 만들더라고요.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제게 다가와 말했어요.

"엄마, 이거 비밀 편지야!"

봉투는 노란 줄무늬 색종이였고,

테이프긱 삐쭉 튀어나와 있었지만

그 어떤 정성스러운 포장지보다도 예뻤어요.

조심조심 펼쳐본 종이에는

줄도 없는 공간에 써져 있는 단어들.

'엄마 사랑해요'

하율이가 직접 써준 첫 편지

줄도 하나도 안 맞고,

다시 쓴 글씨들도 있었지만,

그 서툰 글씨는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습니다.

하율이는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내가 혼자 쓴 거야! 진짜야!"

저는 웃으면서 하율이를 꼭 안아줬어요.

그리고 말했죠.

"하율아, 엄마가 이 편지 오래도록 간직할게.

너무너무 고마워."


그 편지는 지금

회사 책상 한쪽에 있는

하율이 사진 옆에 놓여 있어요.

아이의 사진과 서툰 글씨가, 오늘도 엄마를 웃게 만듭니다.

바쁘고 지치는 하루 속에서

하율이의 환한 웃음과 삐뚤빼뚤한 편지를 바라보다 보면

다시 힘이 충전된답니다.


삐뚤빼뚤해도 괜찮아요.

사랑은 결국, 마음에 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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