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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의 시작

by 낙화유수

라이브웰(배스 보관 수조) 뚜껑이 닫히며 작은 물보라가 튀었다. 공기 속에 은은한 비린내가 퍼졌다. 한준은 손등의 물기를 털고 로드를 다시 쥐었다. 첫 마리를 확보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물 위에는 새벽 햇빛이 기울며 반짝였고, 바람은 북동에서 동으로 아주 조금만 움직였다. 그는 보트의 선수(배 앞부분) 각도를 미세하게 틀었다. 같은 자리, 같은 각도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패턴이 변했다는 감각이 뇌리에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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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 라이브웰 속 첫 배스 ]


그는 지그(바닥 공략용 루어)를 꺼냈다. 스커트(실 모양 치렁이)를 손톱만큼 잘라내고 트레일러(꼬리 루어)를 짧게 달았다. 라인을 느슨하게 풀고 바닥을 ‘톡—톡—’ 두 번 두드렸다. 라인이 미세하게 옆으로 흘렀다. 숨을 깊이 들이마신 뒤 훅세트(바늘을 깊게 걸어 고정)했다. 로드(낚싯대)가 활처럼 휘며 손목을 당겼다. 드랙(릴에서 줄이 풀릴 때 마찰음)에서 “칙—칙—칙!” 날카로운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심장은 그 리듬에 맞춰 두근거렸다. 녀석은 수면으로 치고 오르지 않고 깊이에서 좌우로 버텼다. 보트 바닥이 진동으로 울렸다. 그는 트롤링 모터(보트 앞 전동 모터)를 밟아 각도를 조정하며 라인이 고사목에 닿지 않도록 했다. 세 번째 돌진 후 힘이 빠졌다. 그는 뜰채를 반원으로 그려 받아 올렸다. 두 번째 유효점. 라이브웰 수온을 확인하고 산소를 조금 더 올렸다. 두 마리가 나란히 돌며 거품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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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2: 한준이 뜰채로 두 번째 배스를 랜딩 하는 순간]


패턴(입질이 반복되는 조건)이 서서히 드러났다. 바람이 닿는 그늘 경계에서 잠시 멈추고, 라인이 옆으로 흐를 때 입질이 온다. 그는 숨을 가다듬으며 같은 구조물 반대편에 스피너베이트(회전날 달린 루어)를 던졌다. ‘툭’ 하고 짧은 입질만 남기고 사라졌다. 작은 녀석이다. 미련 없이 회수. 크랭크(바닥 긁어 공략하는 루어)를 다시 꺼내 같은 라인을 훑었다. 루어가 바닥을 스치는 감각이 손끝으로 살아왔다. 긴장감은 오히려 그를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그 순간, 왼쪽에서 거센 파도가 보트를 뒤흔들었다. 마르코의 보트가 바짝 붙어 지나갔다. 프로펠러가 만든 물살이 그의 라인을 크게 흔들었다. 마르코는 스쳐가며 짧게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에는 도발과 자신감이 섞여 있었다. 한준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라인을 회수했다. 보트의 헤드를 틀어 포인트를 다시 맞췄다. 파도 소리가 잦아들자 다시 캐스팅(루어 던지기). 루어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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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3: 마르코의 보트가 파도를 일으키며 스쳐 지나가는 장면]


루어가 가라앉는 동안 그의 눈은 GPS와 스크린을 오갔다. 멀리서 심판 보트가 다가왔다. 무전기에서 짧은 호출음이 울렸다. 마르코가 무전을 넣은 것이다. 그는 트롤링 모터에서 발을 떼고 로드를 거치대에 걸었다. 순간, 숨이 깊게 들어갔다.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었지만 그의 눈빛은 더 차분해졌다. 패턴은 이미 잡았다. 시간만 조금 더 있으면, 라이브웰을 채울 수 있다는 확신이 그의 몸 전체에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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