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살아나는 기억, 작가의 심리학
오래전, 화단이 있는 집에 살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한 마리 새가 대문 곁 홍매화 가지 위에 내려앉더니, 분홍빛 꽃을 톡 물었습니다. 한참을 오물거리던 새는 ‘투~’ 하고 꽃잎을 뱉어냈죠. 자세히 보니 꿀만 쏙 빼먹은 것이었습니다. 어쩐지 마당에 꽃이 유난히 많이 떨어져 있던 이유를 그제야 알겠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녀석, 니가 단맛을 아는구나.”
그 짧은 순간이 제 안에 오래 남았습니다.
그건 단순한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세상이 작가에게 건네는 어떤 암시 같았죠.
세상이란 어쩌면 성경 속 하나님께서 “있으라”라고 말씀하신 그 순간부터 시작되어, 이제는 작가의 손끝에서 ‘글로 존재하게 되는’ 또 하나의 창의적 생명체가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글 쓰는 작가를 ‘직업’이 아니라 ‘소명’이라 부릅니다.
그 새가 남기고 간 짧은 장면은 제 안에 하나의 잔상(殘像)으로 자리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시각적 기억이 아니라, 만물의 호흡 속에서 포착된 세상의 심장 박동이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언제나 ‘글로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무형의 에너지’로 존재합니다.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감정의 여운과 의미의 그림자를 품은 채 의식의 수면 위를 떠도는 잔상, 그것이 바로 작가의 글쓰기 출발점입니다.
심리학의 언어로 말하자면, 이 과정은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의 정점입니다.
수많은 감각의 소음 속에서 단 하나의 감정, 단 한 장면을 붙잡아내는 일. 그건 마치 사막의 모래 속에서 보석을 골라내는 정교한 체(sieve) 질과도 같습니다.
이렇게 걸러진 잔상은 마음 깊은 곳에 부호화(Encoding)되어, 단순한 스냅샷이 아니라 ‘의미의 씨앗’으로 뿌리내립니다. 시간이 흐르며 그 씨앗은 흙 속에서 숙성되듯, 단기 기억을 넘어 장기 기억으로 이행하고, 무의식 속에서 자라납니다.
그래서 작가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늘 ‘글의 가능성’으로 해석하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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