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요법: 추억 속 지렁이가 약이 되네요. -1화

모방주의! 따라하지는 마세요.

by 달빛기차

우리 집 개 딸은 지렁이 향기를 좋아한다. 길가에 말라 있는 지렁이를 발견하면, 향수라도 뿌리는 양 몸을 비빈다. 목욕도 싫어하면서, 양심 없는 녀석이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2일 오후 04_58_29.png @ChatGPT생성

“쓰-읍. 가자”

단호하게 말하며 리드 줄을 당긴다. 다시 산책을 시작하지만 또다시 지렁이가 나타난다. 비 온 뒤의 산책로의 문제다. 물을 찾아 나온 지렁이가, 다시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태양에 타 들어간다. 마치 어린 시절 나의 지렁이처럼. 기억하고 싶지 않은 쿰쿰한 냄새가 스멀스멀 마음을 기어다녔다. 그리고 기어코 학살자의 기억이 소환된다.


「아이는 작은 고사리 손으로 지렁이를 잡아 준비한 통에 담았다. 한 마리 두 마리, 통의 무게가 더해질 때마다 뿌듯했다. 그 무게만큼 원하는 것을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이는 상상을 멈추지 않고, 땅을 파내며 지렁이를 학살해 갔다.」


옛날에는 그렇게 민간요법을 믿었다. 약이 된다면 무엇이든 먹었던 것 같다. 그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그 조달자가 내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느 날 갑자기 내게 날아든 비보가 그것이었다.

“내일은 지렁이 좀 잡자.”

할머니께서 저녁식사시간에 폭탄을 던지셨다. 지렁이를 잡자고. 지렁이라니. 그 징그러운 녀석을 말씀하시는 것이 맞는지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사실인지 되물었다.

“지렁이요?”
“그래, 네 아비 약으로 쓸 거야”

“아버지 약이요? 아버지 어디 아프세요?”

아버지가 아프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몇 년째 뵙지 못했는데, 건강 때문이었나? 놀라서 토끼 눈을 하고 질문을 했다.

“그래”


할머니는 담담하게 한마디로 답변을 끝내셨다. 그 답변은, 약에 대한 ‘그래’인지, 아프시다는 ‘그래’인지 알 수 없었다. 늘 정확한 말씀만 하시는 분이신데, 그날은 달랐다. 더 묻고 싶지만, 담담한 듯 무거운 목소리에 질문을 가슴속에 삼켰다.
‘아빠 많이 아파요? 그래서 저 보러 못 오시는 거예요?’

그날 이후 나는 지렁이 사냥을 다녔다. 아빠의 약이란 말에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SE-4abab654-a182-4433-95ea-19f526add4be.png @CapCut생성

다음 날부터 나와 지렁이의 사생결단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보는 것만으로 온몸이 굳었다. 흙을 그렇게 가지고 놀았지만, 지렁이만큼은 적응이 안 됐다. 털 하나 없이 매끈하고, 끈적이는 몸. 뱀처럼 길면서, 건드리면 용수철 동그랗게 몸을 말아버린다. 맨손으로 잡는 것도 아닌데, 잡을 때마다 온몸의 솜털이 바짝 서는 기분이 들었다.


작은 아이는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아버지’와 ‘의 약’이었다. 막 봉우리가 된 효심을 피우기 좋은 거름이었다. 좋은 양분을 먹고 큰 효심은, 맨손으로 지렁이를 잡을 수 있는 용기를 부여했다.


용기백배하여 지렁이 잡기 시도. 말캉말캉한 촉감에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당시에는. 그래서 아이들까지 동원해 지렁이 사냥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씨를 말렸다.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만큼 흙을 파내고 두 손으로 들기 무거울 만큼 잡았다. 지렁이 사냥을 완수하고, 학살자 타이틀을 얻었다. 그리고 보상으로 ‘아버지가 만나러 오는 상상’을 얻었다. 그때 부상으로 “우리 아빠야!!”라고 말하는 상상을 했다. 나도 아빠 있다고. 그런 상상들로 행복해졌다.


행복한 표정으로 지렁이를 한가득 잡아오면, 할머니는 늘 담담한 표정으로 받으셨다. 그리고 무심하게 손질을 시작하셨다.

먼저 겨울의 냉기보다 차가운 지하수로 씻어내어, 녀석들의 정신을 혼란시킨다. 다음은 여름 태양에 뜨겁게 달궈진 항아리 뚜껑 위에 가지런히 올려둔다. 그럼 열기에 용수철처럼 몸을 비틀면서 작은 몸의 수분을 날린다. 마지막으로 바짝 마른 녀석들을 절구에 넣고 잘게 부수면 된다.


“쿵-쿵-쿵”

절구가 한 번 내리 찔 때마다 쿰쿰하면서도 비린한, 살 타는 냄새를 머금은 가루가 사방으로 퍼졌다. 나는 가루가 입안으로 밀려들까 봐, 숨조차 멈춘 채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고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무심한 할머니를 바라봤다.

무섭지만 따스했던, 그 시절의 나의 할머니를. 나보다 가까운 곳에서, 두 손으로 절구를 찢고 계셔서 입을 막을 수 없으셨던 우리 할머니.

‘할머니 지렁이 들어가는데…’

나의 마음과 달리 할머니는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으셨다. 투박한 손은 가루 하나라도 더 모으기 위해 노력하셨다. 할머니 입에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어린 자식새끼 보내 놓고 연락 한 번 안 하는 아들놈이 뭐 그리 귀하다고 그리 정성스럽게 지렁이 가루를 만드셨을까? 자식은 모르는 부모 마음이다.

무더운 여름이 여러 번 찾아오고, 혼자서 운동화 끈을 묶을 수 있을 때까지 연락 한 번 없는 아버지가 무에 그리 좋아 그리워했을까. 부모는 모르는 자식 마음이다


지렁이 가루가 완성되던 밤, 아버지와 하고 싶은 일들을 잔뜩 가슴에 써 내려갔다.


[Part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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