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며
2024년 2월,
지옥 같은 삶이 나에게 올 줄 몰랐다.
그날은 예정일을 한 달 남겨둔 35주 6일이었다. 아기를 낳는 꿈을 꾸며 일어나 배가 싸르르한 느낌을 느꼈다.
처음 겪는 느낌이었고, 그렇게 심한 통증이 아니었기에 별 다름없이 생활을 했다. 저녁에 남편과 샤부샤부를 사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8시가 넘은 시간, 차 안에서 왈칵! 하고 뭔가가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빠르게 집 화장실로 가서 변기에 앉았는데 주르륵 흘러나오는 액체.. 이건 양수가 아닐 수가 없다. 남편이 병원에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바로 내원하라고 했다. "아니 한 달이나 남았는데 벌써??" 우리는 너무 놀라서 짐도 챙기기 못하고 달려 나갔다. 그렇게 나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한 달 빠른 출산을 준비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가 밤 9시경이었기 때문에 3시간 후면 36주, 대학병원으로 가지 않고 일반여성병원에서도 출산이 가능한 시기라고 하였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나는. 바보처럼..
진통이 전혀 없는 상태여서 항생제를 맞으며 지켜보자고 하셨고, 다음날 오전 담당 선생님께서 오셔서 "아기가 작아서 급하게 빼지 않을게요! 오늘 유도분만 진행해 보고 진통이 자연적으로 걸리면 낳는 거고, 아니면 내일 낳는다고 생각하세요."라고 이야기해 주고 가셨다. 그렇게 나는 유도분만을 진행하게 되었다.
유도분만을 하는 동안 정말 출산이라는 것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허리가 끊어질 것만 같은 고통.. 잊히지 않는다. 오전부터 13시까지 촉진제를 조금씩 넣으며 자궁문이 열리는 것을 수시로 확인했다. 하지만 자궁문은 2cm에서 멈췄고, 그날 저녁을 간단히 먹고 다음날 새벽부터 다시 촉진제를 맞으며 유도분만을 하자고 하셨다. 당연히 다음날 출산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남편이 죽을 사들고 19시쯤 병원에 와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그 당시 남편이 오기 전, 저녁을 먹는 도중, 먹고 나서 살짝씩 진통이 왔었는데 항문 쪽에 힘이 들어가는 정도의 진통이었고 잠시 왔다가 사라지곤 했었다. 그때에도 자궁문은 3cm가 되지 않았었다.
22시쯤 남편이 잘 공간이 부족해서 집에 가서 자고 오라고 인사하며 보내고, 혼자가 되었다. 내일 있을 분만을 위해 얼른 자야지 하는 생각으로 자려고 노력했지만, 몸도 불편하고 쉽게 잠이 들지는 않았다. 그 와중에 다른 산모가 가족분만실로 이동한 후 분만을 준비하는 소리가 얼핏 들렸다. '나도 내일 저렇게 분만을 하겠지..' 하는 생각에 긴장이 되었다. 긴장감을 떨치려 노력하며 잠에 들었다가 새벽 3시쯤 간호사가 왼쪽으로 누워 달라는 요청에 잠에서 깼다. 다른 응급 산모가 온 소리가 들렸고, 잠에 들지는 못하고 뒤척이고 있던 와중에 간호사가 와서 태아 심박동 기계를 요리조리 바꿔보더니 내 배를 흔들었다. 그러다 다른 간호사에게 "OO아! 수술 준비해!"라고 소리치는 거 아닌가. 두둥.. 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간호사가 남편한테 바로 전화하라고 했다. 어느 순간 내 옆에 당직 의사가 서 있었고, 남편에게 전화하는 순간 전화를 바꿔달라고 하셨다.
"지금 바로 응급제왕수술 합니다. 남편분. 바로 오세요." 그렇게 전화하고 의사는 사라졌고, 간호사가 나에게 "아기가 지금 힘들어해서 얼른 빼내야 해요. 걸어서 수술실로 갈게요. 얼른. 맨발로 갈게요!" 갑자기 수술이라니.. 온몸이 떨렸다. 나는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두 발로.
무섭고 차가운 수술실에 들어간 나는 수술대 위에 누우라는 말에 헐레벌떡 누웠다. 의사가 어느 순간 내 배에 갈색 소독약을 치덕치덕 바르고 있었다. 볼록 나온 내 배가 점점 갈색이 되어 가고 있었고, 나는 "무서워요."라고 말했던 거 같다. 의사와 간호사는 갑작스러운 응급수술로 인해 정신이 없었고, 누구한테 전화해. 오라고 해. 언제 가능하대. 이런 말들이 오갔다. 그 순간 의사가 내 배에 부분 마취 주사를 놓았다. 뭐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따끔따끔했던 그 느낌은 잊히지 않는다. 마취 주사를 놓고 바로 몇 초 후 내 배를 가르기 시작했다. 내 살은 아직 마취가 되지 않은 거 같은데, 내 생 살을 찢는 느낌이 너무너무 무섭고 아팠다. "악!~!!" 소리를 질렀다. 배가 갈라졌고, 내 몸이 흔들렸다. 그 순간 아기가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울고 있었다. 너무 무서웠다. 믿는 신도 없는데 냅다 기도했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아기가 살 수 있게 해 주세요.'.......
수술대 위에서 아기를 제발 살려달라고 펑펑 우는 산모가 바로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