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요? 아기는 괜찮아요?

내 말에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by luckyy


수술대 위에서 우는 와중에 들렸던 소리는 의사가 다급하게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아기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는 소리와 누군가가 오는 소리 왔다 갔다 하는 소리였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기도를 하다가 수면마취가 진행되어 잠에 들었다. 잠시 다시 눈을 떴는데 그땐 내 배를 수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때에도 나는 울고 있었다. 무서웠다. 흐느껴 울다가 다시 잠에 들었던 거 같다. (아마 아기의 상태가 좋지 않아 대응하느라 수술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마취가 잠시 깼던 거 같다.)


마취에서 깼을 때 내 몸이 수술대 위에서 병원 침대로 옮겨지고 있었고, 눈을 뜨자마자 나는 "아기는요? 아기는 괜찮아요??"라는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내 말에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나는 회복실로 옮겨졌고, 하얀 병원 천장을 보며 내 몸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간호사한테 "저 좀 재워주세요. 무서워요."라고 말했다. 이때의 나는 마취를 했다고 생각을 못했던 거 같다. 간호사가 "산모님 이제 마취에서 깨어나야 해요. 재워 드릴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내가 너무 추워하니 무거운 이불을 가져와 덮어주었다. 바로 그때 남편이 내 옆에 와서 울었다. 남편이 울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세상이 다 무너져 내린 듯한 표정으로 울고 있었다. 나도 울었다. 아기는 괜찮냐고 물었다.


그때 주치의 선생님이 오셔서 설명해 주셨다. "아기가 숨을 안 쉬어서 cpr을 여러 번 시도했고요. 마지막에 제가 cpr 해서 숨이 붙었고, 컥 하는 소리와 함께 제 손을 움켜 잡았어요. 지금 바로 대학병원 니큐에 가야 해서 남편 분이 저희랑 같이 갈 거예요." 이때만 해도 숨이 붙었다는 말에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하필이면 전문의 의료파업이 시작된 주였다. 때문에 병원들로부터 수차례 거절을 당하며 위급한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시간도 하염없이 흘렀다.

"지금 대학병원 파업 때문에 전화를 계속 돌렸는데 다 튕기고 9번째에 전화했던 OO대학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받아준다고 해서 거기로 갈 거예요. 너무 걱정 마시고, 남편 분 따라오세요." 그렇게 남편도 주치의도 모두 사라졌다.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회복실에서 하얀 병원 천장을 바라보며 울다가 내가 정신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번뜩 들어서 떨리는 몸과 함께 애국가를 조용히 불렀다. 배 속에 있는 아기에게 불러주었던 동요도 불렀다. 무섭고 긴장되었던 마음이 조금은 괜찮아졌다. 하지만 눈물은 계속 났다. 아기가 괜찮을 거라고 우리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전화해서 울었다. 엄마가 우시면서 나에게 하신 첫마디는 "마음 크게 먹어라."였다. 나는 그 당시에도 당연히 우리 아기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하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바보 같았지. 왜 당연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남편이 대학병원으로 팔로우해서 간 후 얼마 뒤 전화가 왔다. "아기 괜찮을 거야. 니큐에 잘 들어갔고, 경과는 지켜봐야 안대. 기저귀랑 준비물 필요하다고 해서 편의점에서 사서 갖다 줬어. 나중에 엄마 모유 나오면 모유도 갖다 달라고 했어. 괜찮을 거야." 정말.. 이겨 낼 거라고 생각했다. 남편이 병원으로 돌아와 내 옆에서 괜찮을 거라고 다독여줬다. "이따 13시에 면회시간이니까 그때 오라고 했어. 그때 가보면 어떤지 알 수 있을 거야." 그 말에 나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당연히 우리 아기가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희망은 1시간도 채 안되어서 절망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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