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에게 보내는 사과

by luckyy


대학병원에서 입원하는 동안 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모두 망가진 상태였다. 병원에서 잠을 자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잠이 들려고 하면 2시간마다 간호사가 와서 체온 측정하고 주사 확인하고 혈압 재고... 잠을 푹 잘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 잠을 푹 자지 못하니까 심리 상태가 극도로 예민해지고, 생전 처음으로 불면증이라는 것을 겪게 되었다. 두 눈을 감고 있는데 잠이 안 드는 상태.. 정말 괴로웠다. 다행스러운 것 중 하나는 내 몸에 맞는 항생제를 찾아서 염증을 치료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는데, 다행히도 항생제를 빠르게 찾아서 열을 내릴 수 있었다.


퇴원하는 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음 날 아기를 보내줄 수 있다는 사실에 얼른 이 지긋지긋한 병원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짐을 정리하는데 손이 벌벌 떨렸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혈압이 계속 높게 나오는 탓에 심리상태가 정말 좋지 않았다. 나에게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불안한 상태였던 거 같다. 퇴원 수속 처리를 하는 와중에도 눈앞이 왜 그렇게 흐렸는지, 눈을 뜨고 있는데도 눈앞이 반만 보이는 상태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몸 컨디션이 정말 안 좋았구나 싶다.


그렇게 나는 양수가 터져 급하게 집을 나온 지 10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기가 없이.

딸 퇴원하는 날이라고 집에서 미역국이며 고기며 맛있는 요리를 하고 기다리던 우리 엄마. 현관에 붙여져 있던 아기 초음파 사진, 부엌에 배치되어 있던 아기 젖병소독기, 빨래해 놓은 아기 손수건과 옷들을 내가 못 보게 꽁꽁 숨겨두고 아기방으로 꾸며 놓았던 방문을 꽉 닫아 놓고선 아무렇지 않게 맞이해 주셨다. 엄마를 보고 울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다. 방문이 꽉 닫혀 있는 아기방을 보고도 울지 않았다.


엄마와 남편과 함께 엄마가 차려주신 맛있는 밥을 먹고 곧바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편했다. 병원에서는 어떻게 누워도 편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자려고 해도 잠이 들지 않았는데 금방이라도 잠에 들 것만 같았다. 당시 나는 불면증을 달고 살까 봐 무서워서 잠에 들고 싶었다. 잠이 스르르 들려고 하는 그 순간, 엄마가 편하게 쉬라고 운동하고 오겠다고 나가시고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아기방 가볼까...?"


아기방을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눈물이 주르륵 흘렀던 그때, 남편이 용기 내어 같이 들어가서 애도하는 시간을 갖자고 해줬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예쁜 우드톤 아기침대와 침대를 꾸미고 있는 애착인형들 그리고 벽에 걸려 있는 귀여운 옷과 초음파 사진들 눈물이 앞을 가려 흐려진 눈으로 하나 하나 살펴보며 미친 듯이 울고 울었다. 내가 좋아했던 초음파 사진을 안고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울면서 사과했다.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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