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미안해
남편은 아기방에서 울고 울다 지쳐 있는 나에게 잠자는 것을 권했다. 병원생활하며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기에 남편은 나를 침실에 눕히고는 편하게 자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몇 시간 동안 밀린 잠에 빠졌다. 눈을 떴을 땐 엄마가 내 옆에 있었고 남편은 혼자 아기 입관식에 가고 없었다. 나도 아기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엄마와 남편을 포함한 가족들 모두가 절대 반대했다. 아기 얼굴 보면 더 생각나고 힘들 거라고.. 당연히 너의 선택이지만 안보길 원한다고 하셨다. 사실 나도 그땐 자신이 없었다. 아기 얼굴을 볼 자신이. 너무 보고 싶지만 보고 나면 너무 많이 생각날 거 같아서, 그 아이를 잘 보내주지 못할 거 같아서 무서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 얼굴을 볼 걸..'하고 후회를 하고 있다. 아기가 보고 싶은데 아기의 얼굴을 모르니 정말 나쁜 엄마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아기의 얼굴을 모르는 엄마'
내가 잠들기 전 남편한테 "나도 같이 갈까? 차에라도 있을까?" 말해보았지만 통하지 않았다. 남편은 내가 아기의 얼굴을 보면 힘들어할 거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따라가는 것조차 결사 반대했다. 지금도 남편한테 그때 얼굴 볼걸 후회된다고 말하면 아니라고 안 본 게 천만다행이라고 한다. 남편은 아기를 보내주는 마지막 순간부터 혼자 모든 걸 짊어지고 도맡아 했다. 입관식을 남편 혼자 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그때도 지금도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입관식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힘든 것을 남편 혼자 짊어지게 했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혼자 입관식에 가면서도 남편은 내 걱정을 먼저 한 사람이다. 자고 있는 나를 두고 엄마한테 "장모님, OO이 일어나서 우시면 안 돼요. 어머님이 우시면 OO이가 더 많이 울 거예요."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고 입관식을 하러 병원에 갔다고 한다.
잠에서 깨어나 남편을 찾으니 엄마가 곧 올 거라고 했다. 혼자 다녀올 남편이 너무 안쓰럽고 미안해 엄마한테 남편이 오면 바로 수고했다고 안아주자고 했다.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 오는 순간 현관에서 엄마와 나는 남편을 꼭 안아주며 다 같이 눈물을 흘렸다.
"OO이 우리가 준비해 준 예쁜 옷 입고 예쁜 꽃에 쌓여서 잘 들어갔어."
나는 또 그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새벽까지 엄마와 남편과 함께 아기에 대해,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슬픔을 쏟아내었다. 우리는 휴지가 쌓이고 쌓이도록 울고 또 울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의료사고는 아니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정확한 원인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모든 것에 대한 의문을 갖고 이야기를 해나갔던 거 같다. 엄마는 내가 양수 터지기 일주일 전에 우리 집에 놀러 오셔서 나와 놀러 다녔었는데, 괜히 본인이 놀러 와서 신경 쓰이게 한 것 같다고 본인이 미안하다고 하셨다. 다 엄마 탓인 거 같아 미안하다며.. 나는 그게 왜 엄마 탓이냐고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또 울고 울었다.
내가 입원하고 있는 동안 가족들은 나에게 직접적인 전화를 걸지 못했다. 내 옆에 보호자로 있는 남편에게 모든 걸 물어보았고, 몸 상태와 치료경과에 대해 들었다. 내 목소리를 들으면 너무 마음이 아플 거 같았는지, 내가 잘 버티고 힘내야 하는데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는지 아빠는 나에게 전화 한 통을 하지 못하셨다.
퇴원 한 날 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빠랑 영상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아빠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을 보이셨다. 우리는 영상너머로 함께 슬픔을 나누고 있었다.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자식이 되었다는 생각에 나는 너무 슬펐다. 나는 왜 내 자식도 잃고 부모님에게도 마음 아픈 자식이 된 걸까. 다른 사람들처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주를 보여드리지 못한 걸까. 원망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