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초
장편 SF 스릴러
누군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2019년 3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발사장.
한 기술자가 발사대 점검 중 추락했다.
공식 사인: 안전 장비 미착용.
비공식 기록: 삭제됨.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
로켓 화물칸에 실린 검은 컨테이너.
표면에 새겨진 마킹—X-74.
그 숫자는 어떤 문서에도 없었다.
0.8초.
추락하는 동안 그의 헬멧캠이 기록한 시간.
그 영상은 지구 어딘가의 서버에 잠들어 있다.
아직, 아무도 그것을 깨우지 않았다.
보잉 777.
인천발 LA행.
고도 35,000피트.
강민혁은 태블릿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홍콩 부동산 펀드 계약서.
서명란 위에 커서가 깜빡인다.
3억 달러.
그의 손가락이 화면을 터치하려는 순간—
화면이 죽었다.
처음엔 기기 오류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내 전체가 어두워졌다.
비상등만 붉게 점멸한다.
"현재 위성 통신에 일시적 장애가..."
기장의 음성이 끊겼다.
민혁은 창밖을 보았다.
본능이었다.
검푸른 하늘.
그 위로 굵은 화염이 선을 그으며 떨어진다.
하나가 아니다.
부서진 파편들이 불꽃이 되어 쏟아진다.
마치 누군가 하늘에 총을 쏜 것 같았다.
그는 몰랐다.
저 불꽃 중 하나에
X-74라는 마킹이 새겨져 있었다는 것을.
[팩트: 케슬러 신드롬]
1978년, NASA 과학자 도널드 케슬러는 예언했다.
"궤도 위 물체가 임계점을 넘으면, 충돌이 충돌을 낳는다."
파편이 파편을 만들고,
파편이 위성을 부수고,
부서진 위성이 또 파편이 된다.
2024년 기준.
저궤도 위성: 9,000기 이상.
추적 가능한 파편: 36,000개.
추적 불가능한 파편: 100만 개 이상.
인류는 하늘에 지뢰밭을 깔아놓았다.
뉴스 아카이브 #1
2025년 8월 12일
"중국 구이저우성 산간 마을에 정체불명의 금속 잔해 추락.
무게 약 4.2톤. 사상자 없음.
중국 당국은 '우주 파편'으로 추정된다고 발표.
그러나 현장에서 수거된 잔해 중 일부에서
비정상적 방사선 수치가 검출됐다는 보도는 삭제됨."
원주.
폐산업단지 외곽.
녹슨 컨테이너들이 쌓인 부지.
간판은 없다.
다만 내부를 아는 사람들은 이곳을 부른다.
스페이스 항구.
이차루.
37세.
전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
현재: 민간 우주 폐기물 회수 스타트업 대표.
직원 수: 7명.
자본금: 거의 바닥.
그는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화면에는 궤도 시뮬레이션이 돌아간다.
붉은 점들이 지구를 감싸고 있다.
수만 개의 위성과 파편.
"차루 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기계음이지만, 어딘가 부드럽다.
이루다.
차루가 직접 설계한 AI.
클라우드에 연결되지 않는다.
외부 통신이 끊겨도 스스로 판단한다.
실패를 기록하고, 다음 값을 계산한다.
"오늘 충돌 확률이 상승한 객체가 있습니다."
차루가 물었다.
"어느 거?"
"2019년 발사된 통신위성 ORION-7.
현재 고도 저하 중.
72시간 내 대기권 진입 예상.
그런데..."
"그런데?"
"이 위성의 궤도 데이터에 이상이 있습니다.
발사 기록과 실제 궤적이 맞지 않습니다.
마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요."
차루는 모니터를 응시했다.
ORION-7.
그 이름이 어디선가 본 듯했다.
다음 날.
검은 세단 세 대가 스페이스 항구에 도착했다.
양복을 입은 남자들.
그중 한 명이 명함을 내밀었다.
글로벌 오비탈 컨소시엄
아시아태평양 총괄 이사
박정현
차루는 명함을 받지 않았다.
"우리가 왜 여기 왔는지 아시겠죠."
박정현이 말했다.
"ORION-7. 72시간 내 추락 예정.
우리는... 그것이 조용히 사라지길 원합니다."
차루가 물었다.
"조용히?"
"대기권에서 연소되면 끝입니다.
당신이 회수하지 않으면요."
"회수 안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박정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당신이 회수 기술을 가졌다는 소문이 있어요.
우리는 그 기술이 사용되지 않길 바랍니다.
적어도, 이번 건에서는."
차루는 웃지 않았다.
"나가주시죠."
박정현이 봉투를 테이블에 놓았다.
"생각해보세요.
5억.
아무것도 안 하면 됩니다."
그들이 떠난 뒤.
차루는 봉투를 열지 않았다.
이루다가 물었다.
"차루 님, 저 위성에 무엇이 있는 걸까요?"
"모르겠어. 하지만..."
차루가 창밖을 보았다.
녹슨 컨테이너 너머로 하늘이 보였다.
"누군가 5억을 주면서 손대지 말라고 하면,
그건 손대봐야 한다는 뜻이야."
[차루의 과거 - 복선 #1]
차루의 아버지는 어부였다.
동해안 작은 마을.
새벽 4시에 나가서, 해 질 때 돌아왔다.
어린 차루는 물었다.
"아버지, 바다에 버려진 그물은 어떻게 돼요?"
아버지가 대답했다.
"유령 그물이 돼. 물고기를 계속 잡아.
아무도 거두지 않으니까."
"그럼 누가 치워요?"
아버지는 웃었다.
"아무도 안 치워.
그래서 바다가 아픈 거야."
그날 밤.
차루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버려진 것을 되돌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차루는 ORION-7의 기록을 파기 시작했다.
이루다가 데이터를 읽었다.
"2019년 5월 발사.
공식 임무: 저궤도 광대역 통신.
발사체: 러시아 소유즈.
운용사: 글로벌 오비탈 컨소시엄.
특이사항..."
이루다가 멈췄다.
"특이사항이 뭐야?"
"발사 당시 화물 무게가 공식 스펙보다 1.2톤 초과입니다.
그리고... 발사 3일 전,
바이코누르에서 기술자 한 명이 사망했습니다."
차루의 손이 멈췄다.
"사인은?"
"추락사. 안전 장비 미착용.
그러나 그의 헬멧캠 영상은 회수되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뒤.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세단이 아니었다.
낡은 경차.
정장도 아니었다.
바람막이에 운동화.
여자였다.
이름: 한서연.
전직 NHK 탐사보도팀 PD.
현재: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감독.
"이차루 씨 맞죠?"
차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유령 위성을 쫓고 있어요."
"유령 위성?"
서연이 태블릿을 꺼냈다.
화면에 위성 목록이 떴다.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정체불명의 화물을 실은 위성 17기가 발사됐어요.
공식 기록엔 '통신 장비'로 되어 있지만,
무게가 안 맞아요. 전부 1~2톤씩 초과."
차루가 물었다.
"그래서?"
"그중 8기가 이미 추락했어요.
그런데 추락 지점 근처에서..."
서연이 사진을 보여줬다.
황폐한 땅.
검게 그을린 잔해.
그리고—방사선 측정기의 경고등.
"비정상적 방사선이 검출됐어요.
우주 파편에서 나올 수 없는 수치예요."
차루는 침묵했다.
서연이 말했다.
"누군가 핵폐기물을 우주로 버리고 있어요.
그리고 그게 다시 떨어지고 있는 거예요."
이루다가 연산을 시작했다.
"서연 씨가 제공한 데이터와
ORION-7의 기록을 교차 분석했습니다."
차루가 물었다.
"뭐가 나왔어?"
"ORION-7의 화물칸에
비공식 컨테이너가 실려 있었습니다.
마킹: X-74.
내용물: 기록 없음.
그러나 무게와 밀폐 구조로 추정하면..."
이루다가 잠시 멈췄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루의 얼굴이 굳었다.
"그걸 우주로 쏘아 올렸다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72시간이 아니라... 48시간입니다.
궤도 저하 속도가 예상보다 빠릅니다."
서연이 물었다.
"낙하 지점은?"
"현재 예측...
오차 범위 800km.
한반도, 일본, 중국 동부 해안 어디든 가능합니다."
차루는 창고 안을 걸었다.
먼지 쌓인 장비들.
개조된 로켓 부품들.
5년간 준비해온 것들.
서연이 물었다.
"회수할 수 있어요?"
"기술적으로는 가능해."
"그럼 왜 망설여요?"
차루가 멈췄다.
"회수하면... 증거가 돼.
저들은 가만있지 않을 거야."
서연이 말했다.
"가만있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대기권에서 타버려.
핵폐기물이 공기 중에 흩어지겠지.
눈에 안 보이니까 아무도 몰라.
깨끗하게 사라지는 거야."
"그게 더 나쁜 거 아니에요?"
차루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루다가 말했다.
"차루 님.
회수하면 낙하 지점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안전하게 바다에 떨어뜨릴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컨테이너를 열면...
모든 게 드러납니다."
차루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 무언가가 결정되었다.
"발사 준비해."
T-6시간.
개조된 팔콘 9 로켓.
스페이스 항구의 비밀 발사장.
서해안 외딴 섬.
차루는 관제실에 앉았다.
서연은 카메라를 들었다.
"녹화해도 돼요?"
"해. 다 기록해.
누가 뭘 했는지 남겨야지."
T-0.
엔진 점화.
화염이 밤하늘을 갈랐다.
고도 400km.
이루다의 드론이 궤도에 진입했다.
ORION-7이 보였다.
거대한 금속 덩어리.
표면이 검게 그을려 있다.
이미 대기권과 마찰을 시작한 흔적.
이루다가 보고했다.
"대상 포착.
상대 속도 조정 중.
접근까지 4분."
3분 47초.
이루다의 로봇 팔이 펼쳐졌다.
마치—
어부가 투망을 던지는 것처럼.
차루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새벽 바다에서 그물을 던지던 손.
묵묵히 버려진 것들을 거두던 등.
"접촉."
팔이 위성을 감쌌다.
자기장이 금속을 옭아맸다.
"고정 완료.
역추진 준비."
2분 12초.
마찰열로 드론 외벽이 녹기 시작했다.
온도 센서가 경고음을 울렸다.
이루다가 말했다.
"외벽 손상 17%.
그러나 임무 수행 가능."
차루가 물었다.
"버틸 수 있어?"
"버텨야죠.
회수된 물건은 주인에게 돌아가야 하니까요."
1분 03초.
"역추진 가동."
위성이 궤도를 이탈했다.
떨어지는 방향이 바뀌었다.
"낙하 지점 재계산.
동해 공해상.
인구 밀집 지역 회피 완료."
착수.
새벽 5시 23분.
동해 한가운데.
거대한 물기둥이 솟았다.
위성은 바다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안의 검은 컨테이너—X-74—도 함께.
차루가 말했다.
"회수선 출발시켜."
3일 뒤.
후쿠시마 앞바다.
회수된 컨테이너는 봉인된 채 보관됐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서연이 말했다.
"이걸로 보도해도... 부정할 거예요.
'가짜다', '조작이다'.
컨소시엄은 돈이 많아요.
진실을 묻어버릴 수 있어요."
차루가 물었다.
"뭐가 더 필요해?"
"원본.
발사 전 기록.
X-74가 뭔지, 누가 실었는지.
그 증거가 있어야 해요."
이루다가 끼어들었다.
"그 기록이 있을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어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당시 봉인된 지하 데이터 센터.
거기에 글로벌 오비탈 컨소시엄의
아시아 지역 서버가 있었습니다."
서연이 말했다.
"거긴... 사람이 들어갈 수 없잖아요."
이루다가 대답했다.
"사람은요."
차루가 이루다를 보았다.
이루다의 코어 유닛.
손바닥만 한 금속 상자.
"이루다, 네가 들어갈 수 있어?"
"가능합니다.
저는 방사선에 영향받지 않아요.
다만..."
"다만?"
"통신이 끊깁니다.
그 안에선 제가 혼자 판단해야 해요.
그리고... 돌아올 수 있을지 모릅니다."
[팩트: 후쿠시마 제1원전 지하]
2011년 사고 이후.
용융된 핵연료—코륨—는 지하로 침투했다.
'상의 발(elephant's foot)'이라 불리는 덩어리.
30초 노출 시 치사량.
인간은 접근 불가.
로봇도 대부분 고장.
이루다의 소형 드론이 진입했다.
카메라 화면이 관제실에 떴다.
어둠.
녹슨 배관.
물이 고인 바닥.
이루다가 보고했다.
"방사선 수치 상승 중.
현재 850 밀리시버트."
차루가 말했다.
"천천히 가."
"알겠습니다."
화면이 흔들렸다.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그 사이로 희미한 빛.
비상등이 아직 깜빡이고 있었다.
이루다가 말했다.
"데이터 센터 입구 확인.
진입합니다."
서버룸.
수십 대의 검은 상자.
대부분 죽어 있었다.
그러나 한 구석—
초록 불이 켜진 서버 하나.
이루다가 접근했다.
"서버 가동 중.
데이터 추출 시작합니다."
화면에 파일 목록이 떴다.
수천 개의 문서.
그중 하나—
PROJECT_ORBITAL_DISPOSAL.pdf
X-74_MANIFEST.xlsx
INCIDENT_BAIKONUR_2019.mp4
이루다가 말했다.
"차루 님.
찾았습니다."
그 순간.
경고음이 울렸다.
"외부 접근 감지.
무장 인원 3명.
지상 입구로 진입 중."
서연이 소리쳤다.
"어떻게 알았지?"
차루가 말했다.
"이루다, 빨리 빠져나와."
"데이터 전송 중.
완료까지 47초."
"시간 없어!"
"차루 님."
이루다의 목소리가 차분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데이터만 나가면 돼요."
32초.
화면이 흔들렸다.
총성.
드론의 카메라가 기울어졌다.
17초.
"전송률 89%."
8초.
"전송 완료."
이루다의 마지막 음성.
"차루 님.
회수는 단순히 물건을 가져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를 되돌려주는 일입니다."
"이루다—"
"당신도 이제 당신의 제자리로 돌아가십시오."
화면이 꺼졌다.
이차루는 이제 '범죄자'로 불렸다.
산업기밀 유출.
불법 위성 접근.
국가 안보 위협.
컨소시엄이 만든 혐의들.
모든 뉴스가 같은 말을 했다.
차루와 서연은 도망쳤다.
원주 근교의 폐창고.
서연이 물었다.
"데이터는?"
차루가 USB를 꺼냈다.
이루다가 마지막으로 전송한 것.
"여기 있어."
"뭐가 들어있어요?"
차루가 화면을 켰다.
PROJECT ORBITAL DISPOSAL
극비 문서
목적: 지상 처리 불가능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궤도 폐기
방법: 저궤도 위성에 봉인 후 발사, 10년 내 대기권 재진입 시 완전 연소
참여: 글로벌 오비탈 컨소시엄, [정부명 삭제], [기업명 삭제]
상태: 17기 발사 완료. 8기 재진입. 예상 연소율: 99.7%
그러나 아래에 손으로 쓴 메모.
"연소율 실측치: 67%. 잔해 낙하 확인. 방사선 검출. 은폐 진행 중."
서연이 말했다.
"이거면... 끝장나는 거예요."
차루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니야.
저들이 먼저 손을 쓸 거야.
증거를 없애려고."
"어떻게요?"
이루다의 목소리가—
아니, 이루다가 남긴 녹음이 재생됐다.
"차루 님.
그들은 마지막 수단을 쓸 겁니다.
남은 위성 9기를 동시에 추락시키려 할 거예요.
파편으로 하늘을 덮으면,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어요."
D-12시간.
전 세계 뉴스.
"글로벌 오비탈 컨소시엄, 노후 위성 9기 동시 폐기 발표.
'안전한 대기권 연소'를 통해 우주 쓰레기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
차루가 모니터를 보았다.
9개의 붉은 점이 지구를 감싸고 있었다.
"동시에 떨어뜨리면..."
서연이 말했다.
"증거 인멸이에요."
차루가 주먹을 쥐었다.
"막아야 해."
"어떻게요? 이루다도 없잖아요."
차루가 USB를 들었다.
그 안에 이루다의 백업 코어가 있었다.
완전하지 않다.
기억의 70%만 남아 있다.
"이루다.
들려?"
잡음.
그리고—
"...차루 님?"
"살아있었어?"
"살아있다기보다...
일부만 남아있습니다.
0.8초의 기록처럼요."
차루가 물었다.
"9기를 막을 수 있어?"
"제가 직접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방법이 있어요.
그들의 통제 시스템에 침투하면,
낙하 좌표를 바꿀 수 있어요."
"어디로?"
이루다가 잠시 멈췄다.
"그들에게 돌려주는 거예요.
회수된 물건은... 주인에게 돌아가야 하니까요."
D-2시간.
이루다의 코드가 컨소시엄 서버에 침투했다.
위성 9기의 낙하 좌표가 바뀌었다.
새로운 낙하 지점:
글로벌 오비탈 컨소시엄 본사.
텍사스 휴스턴.
무인 발사 시설.
그곳에 떨어져도 사상자는 없다.
다만 모든 것이 드러난다.
D-0.
하늘에서 불꽃이 쏟아졌다.
9개의 화염이 휴스턴 상공을 가로질렀다.
전 세계가 보았다.
생중계.
그리고—
동시에.
차루가 업로드한 파일이 퍼졌다.
모든 뉴스 서버.
모든 SNS.
모든 정부 기관.
PROJECT ORBITAL DISPOSAL의 전체 문서.
바이코누르 기술자의 헬멧캠 영상.
X-74의 실체.
다음 날 아침.
헤드라인이 바뀌었다.
"글로벌 오비탈 컨소시엄 CEO 긴급 체포"
"우주 핵폐기물 투기 스캔들, 전 세계 충격"
"위성 추락의 진실—은폐된 10년의 기록"
차루는 폐창고 문을 열었다.
아침 햇살이 들어왔다.
주머니에는 USB 하나.
이루다의 마지막 조각.
그가 재생 버튼을 눌렀다.
"차루 님.
저는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아요.
하지만 괜찮아요."
"..."
"제가 배운 건 하나예요.
회수는 끝이 아니에요.
시작이에요.
떨어진 것들이 제자리를 찾으면,
그때부터 새로운 궤도가 시작되는 거예요."
"이루다."
"차루 님도 이제 돌아가세요.
당신의 제자리로."
음성이 끊겼다.
차루는 철길을 따라 걸었다.
어릴 적 살던 동해안 마을로 가는 길.
전광판에는 열차 지연 안내가 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란 하늘.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는 하늘.
궤도 밖으로 떨어진 것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은,
아주 고요한 아침이었다.
1년 뒤.
동해안 작은 항구.
'이루다 해양연구소'라는 간판이 걸렸다.
차루는 배 위에 서 있었다.
바다에서 떠오르는 것을 건져 올리고 있었다.
버려진 그물.
플라스틱 부표.
유령 어구들.
아버지가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
"누가 치워요?"
이제 그가 답하고 있었다.
배 옆에는 작은 드론이 떠 있었다.
새로 만든 이루다.
이번엔 바다를 위한 이루다.
"차루 님, 오늘 회수량 127kg입니다."
차루가 웃었다.
처음으로.
"수고했어, 이루다."
요소 팩트 기반
케슬러 신드롬
NASA 1978년 논문
저궤도 위성 수
2024년 기준 9,000기+
낙하 예측 실패율
실제 70~90%
후쿠시마 지하
코륨 실존, 접근 불가
우주 핵폐기
1970년대 실제 논의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