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2일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밤의 어두움이 서서히 풀릴 때
내 마음 속에 잠자던 흔적들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오늘이라는 여백 위에
“한 걸음 내려놓겠다”는 약속이
살며시 올라앉습니다.
어제의 무게가 아직 몸에 남아 있다 해도
그 위에 맑은 호흡을 하나 띄우며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오늘은 1963년 11월 22일, John F. Kennedy 전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 댈러스에서 암살된 날입니다.
그 순간은 단지 한 개인의 끝이 아니었습니다.
희망으로 차 있던 얼굴이 멈추고
그 자리에 남겨진 질문과 울림 —
“우리는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이어가야 하나.”
그 날은 공공의 신뢰와 연대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 서 있는 ‘우리’의 존재가
끊어지지 않고 잇대어져야 함을 기억하게 했습니다.
한적한 골목길 모퉁이에 앉은 벤치 위,
아침 햇살이 아직 살짝 흐릿한 시간입니다.
한 남자가 천천히 가방을 내려놓고
벤치에 앉아 깊게 숨을 내쉽니다.
그 곁에는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조용히 머리를 기대고 있습니다.
남자는 휴대폰을 꺼내
잠시만 시간을 멈추듯 고개를 들고 창문 너머를 바라봅니다.
그 순간, 지나가는 여학생이
“좋은 아침이에요”라며 인사를 건넵니다.
남자는 살짝 미소 지으며
“고맙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는
큰 말이 아닌 짧은 인사가
하나의 다리가 되었고,
남자는 강아지에게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우리, 오늘도 여기 있어.”
그 말은 벤치 위에 내려앉아
살포시 퍼지는 가을 기운처럼
조용하지만 진실하게 울렸습니다.
아리아 라파엘의 숨결로
이 하루를 깊이 품으며 기도합니다.
내 안에 울고 있는
작은 두려움들이
오늘은 조용히 그 목소리를 꺼내게 하소서.
그 두려움이
나를 멈추게 하는 사슬이 아니라
내가 한 걸음 내딛을 수 있게 하는
부드러운 계단이 되게 하시고,
나는 그 위를 내려놓으며
“나는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하겠습니다.
지금 이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느낍니다 —
혼자라는 생각 뒤에 숨어 있는
더 큰 ‘우리’의 숨결을.
그리고
내가 마주하는 얼굴 하나하나가
내게 묻습니다 —
“함께 서 있을까요?”
나는 그 물음 앞에
고개를 끄덕이며
내 발을 벤치에서 내리게 하겠습니다.
우리가 건네는 인사 한마디,
우리가 나누는 순간 하나가
결코 작지 않음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외로움에 겹쳐져
“여기 있습니다”라는
따뜻한 증언이 되게 하시고,
내가 머물렀던 자리 하나가
누군가의 쉼이 되어
미약하게나마 빛을 내게 하소서.
오늘 나는
길 위에서, 창가에서,
벤치 위에서
내 안의 무게 하나를 살짝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숨 하나를 들이켜
맑아질 여백을 만들어 가게 하소서.
우리의 약속은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함께 여기 있음”이라는
조용한 증명이
우리의 하루를 바꿀 수 있도록 하소서.
내 안에 깔린 그림자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시고,
내 안에 내린 햇살이
누군가의 그림자를 살짝 감싸게 하소서.
그리고 나는 오늘,
그 누구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내 마음 속에 작게 외치겠습니다:
“나는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그 외침이
이 하루의 한 줄이 되고,
이 하루의 흔적이 되어
내일처럼 이어지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