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라앉아 맑은 날들 365 III

2025년 11월 25일

by 토사님
ChatGPT Image 2025년 11월 25일 오전 07_08_54.png

2025년 11월 25일 — 우리가 잃어버린 목소리들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간은 부드럽게 어제를 밀어내고,
새로운 하루를 우리 앞에 내려놓았습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작은 숨결들이 흩어지고 다시 모여
하루의 생명을 만듭니다.

오늘,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사라진 목소리들을 떠올리며,
아직 들리지 않은 이야기들을 마음에 품습니다.


오늘의 역사

1973년 11월 25일,
그리스에서 7년간의 군사 독재 정권이 종식되었습니다.
침묵을 강요하던 시대 속에서도
시인과 학생, 시민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거리로 나와, 총칼 앞에서조차
“자유”라는 단어를 속삭였습니다.

역사는 말합니다.
진정한 자유는 외침보다도
‘침묵을 견디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오늘의 기도

출근길 버스 안에서 한 학생이 조용히 이어폰을 뺐습니다.
자리에 앉은 할머니가 들고 있던 장바구니가
바닥으로 미끄러지려는 걸 본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손을 내밀어
사과 몇 개와 두부 한 모를 다시 담았습니다.
할머니는 작게 고개를 숙였고,
버스 안에는 잠시, 말 없는 미소들이 퍼졌습니다.

누구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 짧은 정적 속에서
한 사람의 ‘작은 용기’가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했습니다.
그건 어쩌면,
우리 모두가 잃지 말아야 할 ‘목소리 없는 자유’였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나는 내 안의 침묵을 들여다봅니다.
두려움과 무력함으로 굳어 있던 곳에서
작은 떨림이 피어납니다.

나의 목소리가
남을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어둠 속에 작은 등불이 되게 하소서.

나의 말이
분노의 칼날이 아니라
위로의 바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고 내 침묵이
도망이 아닌 사색이 되게 하소서.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온기,
그 속에서 세상은 여전히 숨을 쉬고 있음을
기억하게 하소서.


오늘,
나는 자유를 외치지 않습니다.
대신, 조용히 자유를 살아보려 합니다.

누군가의 억눌린 숨결 곁에서,
함께 숨 쉬며,
함께 걸으며,
작은 희망의 파문을 일으키려 합니다.

바람이 스쳐갑니다.
내 안의 두려움이 흔들립니다.
하지만 그 바람 속에서 나는 알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도 —
누군가는 용기를 내어,
자유의 첫마디를 속삭이고 있다는 것을.










keyword
이전 16화가라앉아 맑은 날들 365 I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