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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장마철의 생존일기-9

낙찰 그리고 다시 미궁

by 장마철

※ 이 콘텐츠는 창작된 픽션이며 법률·부동산 정보는 참고용입니다.

작품에 포함된 내용은 실제와 다를 수 있으며 정확한 판단은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특정 인물, 단체, 기관과는 무관하며, 법적 효력은 없는 창작 서사임을 명확히 밝힙니다.




낙찰 그리고 다시 미궁


한두 번 유찰이 되던 어느 날 마철의 집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세요?”


낯선 이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주름진 얼굴에 검게 그을린 피부, 시골 냄새가 스미는 듯한 사람이었다.
들뜬 듯한 얼굴로 손에 든 종이를 내보이며 말했다.


“301호, 장마철 맞죠? 오, 장가인가? 나도 장가야~ 마자 돌림인가?”


갑작스러운 족보. 장씨엔 마자 돌림이 없다.
마철은 순간 생각했다.


‘누구지… 농사꾼? 설문조사원? 아니면 또 이상한 종교…’


문을 닫으려던 찰나, 그가 덧붙였다.


“이번에 이 건물, 제가 낙찰받았어요.

집을 못봐서 그런데 방 구조좀 볼 수 있을까요?”


마철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건물이… 낙찰됐다고?’
‘그럼… 이젠 이 집을 비워야 하는 건가.’

최우선변제금을 받아야만

이 악몽이 끝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현실이 닥치니 끝은커녕 또 다른 시작 같았다.


갈 곳이 없었다.


전세는 두렵고, 월세는 비쌌다.


보증금의 1/3만 건질 수 있다는 말에 숨이 막혔다.


10.7억에 낙찰된 건물.


‘이 건물, 19억은 한다’ 던 부동산의 말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마철은 방 안에 주저앉았다.


‘어디로 가야 하지?’

심장이 뛰었다.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내 전 재산을 맡기고 싶지 않아.

이제는 안정된 집 법적으로 보호받는 집에 살고 싶어.’


LH, SH 관련 공고를 찾아봤다.


그즈음 집 근처에 ‘행복주택’ 공고가 떴다.


다음 달 신청.


바로 신청했다.
마철은 마치 마지막 보루처럼 행복주택을 기다렸다.


그러나 발표 날.

그 어디에도 ‘장마철’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마철은 다시 무작정 부동산 사이트를 뒤졌다.


예전에 봤던 중계동 아파트
그때는 3억, 지금은 8억.

3억도 원래 2억이었던 아파트니

3억은 거품이라고 생각했던 가격이었다.


“말도 안 돼… 우리 고향 집은 3억 그대로인데…”


서울은 이미 문을 닫고 있었다.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열두 시가 되면 문은 닫힌다.’


마철의 사대문인 서울은 닫혔다.
아니 애초에 열렸던 적이 있었을까.


그는 몰랐다.
코로나 시기 풀린 자산이
어떻게 주식과 부동산으로 흘러갔는지.


그저 남은 돈을 홀로 앓듯 쓰며
다음 수를 생각하지 못했던 시간들뿐.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문 앞에서 마철의 이름을 반기던 ‘새 집주인’
그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마철은 결국 법원에 연락했다.


“해당 건물, 낙찰 취하됐습니다.”

“네…? 왜요?”

“근린생활시설을 불법으로 다가구 주택으로 개조한 사실이 확인돼 건축법 위반으로 낙찰받은 사람이 취하해 매각 절차가 중단됐습니다.”


마철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래서… 나, 어떻게 되는 거죠?’


“처음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1차 경매로.”


안도감.


그 말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었다.

‘그렇게 나가고 싶던 집이었는데
막상 더 있을 수 있다니 다행이라 느끼다니…’


모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이 분명한 감정이었다.

안도감.


시간을 벌었다.
잠시 더 이 공간에 머무를 수 있는 권리.


그 단순한 사실이
마철에겐 묘한 위로로 다가왔다.


마철은 태풍의 눈 한가운데 들어섰다.

모든 것이 잠시 멈춘 듯 고요한


하지만 언제든 다시 휘몰아칠 수 있는 그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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