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의 시간, 생존의 방식
※ 이 콘텐츠는 창작된 픽션이며 법률·부동산 정보는 참고용입니다.
작품에 포함된 내용은 실제와 다를 수 있으며 정확한 판단은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특정 인물, 단체, 기관과는 무관하며, 법적 효력은 없는 창작 서사임을 명확히 밝힙니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공간은 점점 고여갔다.
집 앞 분리수거장은 어느새 폐허처럼 변해 있었다.
포장지도, 플라스틱도, 음식물도
구분 없이 뒤섞인 채 쌓여만 갔다.
마철은 이게 사람이 사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까지 쓰레기가 침범하기 시작하자
누군가 시청에 신고를 넣었는지
불법투기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모두 큰 화면에 찍혀보여 오히려 안정감이 생겼다.
‘페허같은 이 건물에 누가 살고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현관 벽에 붙어 있는 공지를 보았다.
“단수 예고”
수돗물 요금을 5개월째 미납 중이며,
수도급수조례 제42조에 의거해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통보였다.
공문엔 집주인의 이름과 주소,
그리고 ㅇㅇ시 수도과, ㅇㅇ시장의 직인이 프린트돼 있었다.
숨이 막혔다.
그리고 물이 끊겼다.
화장실은 사용할 수 없었다.
복도엔 세금 고지서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주소는 있었지만 주인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때 피해자 단톡방에 누군가 조용히 글을 남겼다.
“거주하시는 분들 지금 누구누구 계세요?”
마철이는 그 글을 읽으며
옆집에서 가끔 들리던 인기척을 떠올렸다.
분명 누군가 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손을 들지 않았다.
마철도 순간 손을 들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급한 사람들이 알아서 돈을 내지 않을까?'
하지만 이내 양심이라는 것이 마철의 이기적인 생각을 거둬갔다.
채팅방에서 하나 하나 손을 들기 시작했다.
마치 생존신고인 것 처럼.
채팅방 안 10여 명의 임차인들이
미납된 수도세를 인원수로 나눠 부담하기로 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집의 물을
다시 흐르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물이 돌아오기까진 며칠이 걸렸다.
씻지 못하고 화장실조차 쓸 수 없던 시간.
그 날 마철은 작은 원룸을 등지고
지하철 맨 끝 칸에 몸을 실었다.
그가 향한 곳은— 고향.
마철이 원하던 서울과는
지금의 집보다 더 멀리 떨어진 전철의 마지막 구간.
그곳엔 아직
전등이 켜지고
가스가 들어오며
밥 짓는 냄새가 나는
집이 있었다.
현관문을 열자
된장찌개 냄새가 익숙하게 퍼졌다.
그리고 어느새 이전보다 주름이 깊어진 부모님의 조용한 얼굴
아무 말도 없었다.
마철이 전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그의 부모님이 안 것은
사건 이후 몇 달이 지난 후였다.
책망도, 훈계도, 위로도 없었다.
그 저 따뜻한 국과 밥을 내어주며
평소처럼 말했다.
“많이 먹어.”
“그냥 여기서 다니면 안 되겠니?”
“이제 좀 내려와 살아도 되잖아.”
마철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물은 국물 속으로 떨어졌다.
자신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가족 앞에서 최대한 지우려 했지만 이내 더 뚜렷하게 느꼈다.
그렇게 며칠을 고향에서 보냈다.
그곳의 시간은 부드러웠고
전기는 들어왔고
수도는 멈추지 않았으며
냄비 속 찌개는 식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돌아갔다
다시 그 원룸으로.
“이제 곧 전기 들어오고 물도 나올 거야.”
마철은 부모님을 등지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건물의 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랐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러나 모든 일이 일어난 그 방으로.
마철이의 생존 팁 – 전세사기 이후의 ‘버티기’
점유는 권리다: 무단 퇴거 시 배당권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공공요금 분담: 수도·전기 등이 끊긴 경우, 피해자들이 비용을 나누어 부담하며 일시적으로 복구한 사례 다수 존재한다. 그 이외 건물의 고장도 다 피해자들의 몫.
혼자 버티지 마세요:
부동산 피해자 커뮤니티, 법률구조단, 시민단체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심리적 지원도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