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 집을 지키는 일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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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인물, 단체, 기관과는 무관하며, 법적 효력은 없는 창작 서사임을 명확히 밝힙니다.
경매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든지,
계약기간이 다할 때까지 버티든지.
무너진 선택지들 속에서
마철이에게 남은 단 하나의 의무는
그 집을 계속 점유하는 것뿐이었다.
더는 돈을 되찾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그 집에서 나가지 않아야만 했다.
그저, 그 집 안에서 버티는 것.
그게 마철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6평 남짓한 그전엔 아늑했지만 지금은 숨 막힐 듯한 원룸.
단지 아껴 쓰기 위해 모은 쌈짓돈을
현금으로 넣어 전세로 들어온 곳.
“저렴하니까 괜찮겠지.”
그렇게 안심했던 선택은
마철이의 전 재산을 집어삼킨 구멍이 되었다.
그날 이후, 삶의 리듬은 무너졌다.
깊은 밤이면 이유 없이 눈을 떴고
“내가 왜 이렇게 된 걸까…”
비난의 말들이 내면을 파고들었다.
그 마음은 검은 안개처럼 퍼져
숨을 쉬는 일조차 고통이 되었다.
잠에 들기 직전이면,
어딘가 깊은 바다 밑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듯한
묘한 중력에 끌리는 기분이었다.
점점 가라앉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눈동자 위로 눈물이 맺혔다.
눈물이 찰랑이고 숨을 쉬지 못할 고통에 가슴이 답답해 못 견딜 때면,
마철이는 문을 열고 나섰다.
아무도 없는 새벽 거리.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밤에 나와 왜 그토록 정처 없이 오래 걸었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취객들의 흐느낌과
서늘한 새벽 공기가 뒤섞인 그 거리에서
마철이는 자신이
얼마나 외롭고,
얼마나 무너져가고 있는지를
조용히 깨달았다.
어딘가
나처럼 사라진 돈을 부여잡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 마음 하나로 인터넷을 헤맸지만
‘전세사기’란 말조차 흔치 않던 시절.
몇몇 부동산 카페에
전세금을 날렸다는 글이 띄엄띄엄 보였지만
그마저도 마철이의 경우와는 달랐다.
심장은 쿵쿵 뛰었고
그 글들을 끝까지 읽는 것조차
공포스러웠다.
결국
그는 다시 새벽 한 바퀴를 돌고
말없이 그 작은 방으로 돌아와 몸을 눕혔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는 것이
세상을 마주하는 것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하루를 시작한다는 사실조차
버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