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2 _ 잠드는 법을 잊은 사람들에게
한국에 약 5,200만 명 인구가 있다.
(출처: KOSIS)
그중 잘 자는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
전체인구에 1/3이 불면 증상을 경험한다고 한다.
이 중 10~15%만이 실제 불면증으로
진단받게 된다. (출처: 네이버 검색)
10~15% 안 들어가는 분?
잘 자는 건 크나큰 행복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중학교 때부터
잠을 잘 못 잤다.
잠드는 시간은 항상 새벽 3시 이후.
그땐, 맨날 오는 밤이 아쉽게 느껴지고,
잠들면 시간을 날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잠을 자지 않았다.
20살.
일을 시작하고 나서,
점점 더 자기 전 그 시간이 아까웠다.
아니, 집착했다.
그리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서,
SNS 탐방,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인터넷 뉴스를 보며
타인과 나를 커다란 틀에 가두고 비교하며
잠들러 가는 내 발목을 항상 붙잡았다.
그리고 이젠 자고 싶어도 잠들 수 없다.
몸이 녹초가 되어 지쳐있어도,
이유는 알 수 없고,
마음은 늘 소란했고, 잘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눈을 감으면 생각이 깨어나고,
작은 걱정은 풍선껌처럼 부풀고, 그 하루를 되감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내일이란 단어가 거대한 벽처럼 밀려들어 온다.
가만히 누우면 이유 모를 불안이.
천천히, 그리고 집요하게 몸을 감싸며 가슴을 조여 온다.
잠들 준비가 안 된 마음이, 밤을 견디지 못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이 뱉은 쉬운 말.
“그럴 때 그냥 생각을 안 하면 되잖아?”
그 말을 듣는 처지에선 얼마나 무력했는지.
그 사람에겐 쉬운 일이, 나에겐 투쟁이 된다.
밤마다 반복되는 나만의 전쟁.
그리고 그 사소한 것조차 못하는 자신을
불쌍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전원을 끄듯 약을 먹고 잔다.
억지로라도 잠들 수 있어서.
그게 어디냐며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만약 이 약조차 없었다면,
그 밤을 어떻게 견뎠을까?
끝나지 않는 생각에 미쳐버리진 않았을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시간이 많았다.
약을 먹는단 사실조차 숨기고 싶었다.
그저 다들 잘 먹고 잘 자고 잘 사는 것 같은
이 세상에서
나만 삐걱거리는 고장 난 기계 부품처럼.
하자 많은 사람처럼 느껴지게 하니까.
시간이 흐르고 나서 알게 되었다.
그 약은 '포기'가 아니라 '나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걸.
나는 ‘약 먹고 자는 사람’를
약한 사람이라 부르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할 수도 있다.
그건 자신을 지키는 방식일 뿐.
그렇게라도 잠들 수 있어서.
그래서 일어날 수 있어서.
‘살아있다’를 느낄 수 있어서.
그래도 누군가는 말할지 모른다.
“약은 안 먹고 자야지.”
“자연스럽게 잠드는 게 좋은 거 아니야?”
맞다.
그 말, 맞다.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살 수 없는 사람도 있고,
이 방식으로라도 오늘을 넘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억지로라도 자고 일어나서,
다시 하루를 살 수 있다면.
그게 오늘, 가장 잘한 일이 아닐까?
그래도 괜찮다.
그렇게라도 자고 일어났다는 사실이,
오늘 하루도 살아냈다는 증거니까.
Q. 당신은, 매일밤 스스로를 쉬게 하기 위해
어떤 '전원'을 끄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