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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부서져 버린 서랍에는..?

과거 1 _ 알고 보니 부품들은 전부 나였다.

by 홀씨


마음의 병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쌓이다가

어느 순간 마음에.

뭔지도 모를 어떤 게 떨어지더니

펑- 하고 터져버린다.

내 마음인데. 나조차 당황스러울 정도로.




혹시 본인 포함,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는가?

어느 순간 180도 변해버린 사람.


내가 그랬다. 학교 다닐 때부터

늘 밝아 보이려고 애쓰고 살았다.


'괜찮아'라는 말, 개인적으로는 별로이지만.

너무 익숙해져서 아무 생각 없이 쓰고,

그 말이 진짜 괜찮다는 뜻이 아닐 때도 있는

그런 상황들이 생각보다 자주 있다.


속이 텅- 비어 있는 말.

입버릇처럼 내뱉으며 정말 괜찮다 믿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입에 붙은 그 말이

지켜주는 갑옷인 줄 알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하자를

숨길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인 것처럼.


마치 나를 피가 닳지 않는 무한탱커가 된 것처럼

지켜주는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정말 괜찮았던 적이 있었을까?


하루하루가 버거웠고,

작은말 한마디에 무너지며,

속으로는 울면서 미련하게.

아무 일 없는 척, 모르는 척 외면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앉아만 있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처럼.


그럴수록 사람들은 나를 쉽게 대했고,

또 그게 당연하단 듯이 살아왔다.


너무 가까운 사람에겐

'뾰족한 바늘'처럼 날카롭게 찔러대면서

이상한 형태로 '나 자신'이 변해가 있었다.


세상 무던한 척, 암시롱 안 해

(아무렇지 않아) 하면서.

"불편함을 보여선 안 돼."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만 해"

스스로 되뇌었다.


그런 생각들이

내 마음속 서랍을 갉아먹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러다 어느 순간 버거워지더니

쑤셔 넣고 밀어 넣으며 애써 모른 척했던 것들이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튀어나오더니,

걷잡을 수 없이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확실하게 나를 무너트렸다.


머릿속은 늘 라디오 주파수 맞추는 소리 같은

소음으로 가득했고,

마음은 물에 푹 젖은 솜이불처럼 무거워졌다.


무너진 '내 서랍'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산산조각이 났고, 남은 '못'들만

데구루루 굴러다녔다.


그것들은 나를 찌르며,

사소한 말에도 아프게 하고,

크고 작은 상처들을 내며 돌아다녔다.


"괜찮아"

그 말을 수없이 반복하면서도,

단 한순간도 괜찮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이제,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기 위해

'부품'을 하나씩 다시 모으고 있다.





Q. 당신도 무너진 경험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극복했는가, 극복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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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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