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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어떤줄 아니

by 홀씨




한동안 브런치에 열심히 연재하다가

어느새 글을 안 쓴 시간이 한 달이 지나버렸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한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미래를 위해, 그림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기초도 없고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상하게.. 꽤 열심히 하는 중이다.

도전하고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나름 열심히 하는 중이다.


1월 공모전에 준비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압박감을 주는 일이기도 하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 발을 들이는 일이라 조금 무겁고 부담감도 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미루고만 살 순 없는 노릇이기에.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걸어보자는 마음가짐이다.


그래도 겁은 난다. 이걸 잘할 수 있을까 시작만 해놓고 또 멈춰 버리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들이 틈만 나면 빼꼼 고개를 내민다.


예전에 나라면 이런 불안이 느껴졌을 때 바로 포기해 버렸을 거다.

‘안 하면 실패도 없으니까’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붙잡아두며 시간을 흘려보내던 날들이 꽤 길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조금 달라진 거 같다.

두려움이 있어도 그 틈 사이 조용히 자리 잡은 작은 기대가 생겼다.

설렘인지 긴장인지 모를 감정들이 새로운 방향으로 삶을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새로운 곳을 가는 걸 꺼리는 내가 그림을 배우러 가는 길은 마음이 가벼워진다.

선 하나를 잘 그리기 위해 지우개로 지우고, 또다시 연필을 잡고. 그 일들이 무한 반복이어도

내가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계속 움직이게 만든다.

시간 날 때마다 학원에 자습하러 가고, 집에 돌아와서 그린 것들을 생각해 보고.


누군가 보면 별거 아닌 행동들이겠지만 나에게는 괜찮아지고 있는 증거 같은 것들이다.

서툴러도 이렇게 작은 마음들이 쌓이는 중이라는 사실이 내 어딘가를 밝혀주는 것 같이 느껴진다.


언젠가 이 모든 과정이 내가 꿈꾸는 미래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예전의 나라면 도망쳤을 순간에도 지금의 나는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그 작은 차이가 요즘의 나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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