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다를 거라 믿었는데.
이전 카페에서 마음이 지쳐가던 때, 학교에서 실습기간이 되어 교수님이 새로운 기회를 소개해주셨다.
마침 친구도 함께 지원하게 되었고, 이번엔 오픈 준비 중인 프랜차이즈 카페였다.
점장님과 실습 전 면접을 보았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참 좋았다.
“다양한 메뉴도 만들어보고, 판매도 직접 해보고, 저도 처음 커피 일 해보는 거니 우리 서로 으쌰으쌰 해봐요!”
점장님의 그 말에, 친구와 나는 기대에 부풀었었다.
이번엔 정말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믿었으니까.
더군다나 체계가 잘 잡힌 프랜차이즈이니 전처럼 기준이 없는 근무를 시키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바로 실습계약서에 도장을 쾅. 싸인을 쫙. 해버렸다.
하지만 막상 실습이 시작되자, 현실은 달랐다.
우리는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마감알바라는 명목 아래 4층짜리 건물을 매일 청소만 했다. 창문, 계단, 테이블, 층마다 있는 화장실…
같이 근무를 하기는커녕 일주일 내내 다른 요일 마감에 우리는 각각 투입되었고, 같은 곳을 다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얼굴을 마주하는 날이 없었다.
우리는 커피 향 대신 락스 냄새가 먼저 유니폼에 스며들었다
더 답답한 건, 정작 음료를 만드는 건 경력 있는 바리스타도 아니고 그저 우리랑 같은 위치에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이었다는 점이었다.
차라리 체격이라도 여리여리 하면 그래 튼튼한 우리가 해야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그들은 너무 건장한 성인 남성이었다.
그런 좋은 인력을 두고 걸레 하나 낑낑 꺼리면서 짜는 여자애 혼자 4층건물을 청소하게 한다는 게 어이없었다.
그들은 가볍게 잡담하며 음료를 만들며 우리에게는 “거기 먼지 좀 더 닦아주세요.” 같은 말만 던졌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실습 기간 내내 그랬다.
출근하자마자, 빗자루부터 손에 쥐어주며 바닥부터 쓸고 오라고 시켰다.
출근해서 딩가딩가 놀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출근하느라 가빠진 숨 돌릴 새도 없이 곧바로 바닥 쓸기 바빴다.
어느새 내 등은 땀으로 한가득 젖었고, 겨우 다했다 하며 내려가자 들려오는 말.
"매일 청소를 하는데 어째 빗자루질이 늘지를 않니? 여기 그대로잖아. 여기 옆에 있는 이 친구한테 빗자루질 좀 배워~"
하루에 1번 빗자루질할까 말까 한 아르바이트생을 가리키며 보고 배우라고 부점장은 말해왔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대꾸도 하지 못하고 다시 그 자리를 빗자루로 쓸어댈 뿐이었다.
실습기간동안 우리가 기대했던 ‘배움’은 어디에도 없었고, 대신 체력과 인내심만 단단해졌다.
그때 처음 알았다.
누군가에게는 ‘실습’이 배움의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값싼 노동력’ 일뿐이라는 것을.
그렇게 하루하루를 청소로만 보내던 어느 날,
나는 깨달았다.
‘이곳에서 배우는 건 커피가 아니라, 참는 법이구나.’
하지만 그 참음에도 한계가 찾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