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사장은 아님.
크리스마스 이브에 일찍 문을 닫았다는 이유로, 사모님은 울면서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를 끊고 난 뒤,
사장님은 그날을 기점으로 사사건건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그녀가 시키는 대로 10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에 담아놓은 쓰레기를 다시 작은 봉투로 옮겨담으라 하질 않나,
내가 출근하지 않은 날 생긴 문제까지 모두 내 잘못으로 몰아가며 혼을 냈다.
우리 가게 화장실은 단독이 아니었다.
작은 건물 1층에 모여 있는 네댓 개의 가게가 함께 쓰는, 가운데에 위치한 공동 화장실이었다.
원래는 주 1회, 각 가게마다 요일을 정해 청소를 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우리 손님들이 더러운 데 다니면 안 되잖아”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
나에겐 요일이 정해져 있다는 말 일절 없이 주 3회 청소를 시켰다.
그 일 전까진 없었던 업무라 솔직히 마음속으론,
‘나를 싫어해서 일부러 시키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청소했다.
문제는 청소하는 동안 가게를 비워야 한다는 거였다.
그 날 이후 거의 혼자 일하는 환경이라 다른 직원이 없으니 길어야 10분 안에 다녀와야 했고,
그 짧은 시간에도 ‘혹시 가게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조마조마함이 늘 있었다.
그렇게 주 3회도 버거웠는데,
어느 날 사장님이 말했다.
“어휴, 어제 청소한 거 맞니? 이제부터는 매일 화장실청소 해야겠어.”
그날 이후, 사장님은 매일 청소 상태를 확인했고 나는 하루하루 화장실 청소의 달인이 되어갔다.
이젠 매장보다 화장실이 더 친숙해질 지경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낯익은 얼굴이 가게 문을 두드렸다.
옆 가게 떡볶이집 사장님이었다.
“항상 청소해줘서 너무 고마워~ 덕분에 우리가 일이 좀 덜었잖아~
오늘 우리 청소 날이라 갔더니 이미 다 되어 있더라구. 자기가 청소한거지? 매번 너무 고마워.
저녁 안 먹었으면 이거라도 해.”
그분은 따끈한 떡볶이와 순대가 담긴 종이컵을 건넸다.
그제야 알았다.
화장실 청소는 가게마다 요일이 정해져 있었고, 내가 매일 청소한 덕분에
다른 가게들은 청소할 일이 확 줄었다는 걸.
나는 매일 문틈에 낀 먼지를 밀어내며 변기에 솔을 집어넣으며
‘왜 우리가게 손님은 몇 번 쓰지도 않는 화장실을 매일 청소하나’
투덜댔지만, 그 덕분에 누군가는 편했고,또 누군가는 고마워하고 있었다.
내가 한 일에 고마워 하는 사람이 있다는건 너무 좋은 일이였다.
물론 그날, 그 대가로 공짜 떡볶이는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알바생에게 요일 청소를 매일 시킨 건, 두고 봐도 두고 봐도 ‘진짜 갑질’이었다.
생각을 곱씹을 수록 부당하다는 결론밖에 나지 않았다.
차라리 옆집 사장님처럼, 지정된 요일이 아닌 다른 날에도 청소해주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그에 대한 칭찬이라도 들을 수 있었다면,내 마음은 조금은 덜 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장님은 내가 그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단 한마디 언급조차 없었다.
화장실은 날마다 반짝였지만,일하는 내 마음은 점점 더 흐릿해지고 지쳐갔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직원이 열심히 일해주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 사장이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 건.
직원이 열심히 일해주는것에 대해 고마워 할줄 아는 사람이 사장이여야 그 마음을 알아주기에 모두가 멋진 힘을 일으켜 더 좋은 매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언젠가 내가 누군가와 함께 일하게 된다면, 그 사람을 존중하고 대우하며 ‘같이’ 나아가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런 사람은 많지 않기에,
더더욱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