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동생 분이 하자는대로 했을 뿐인데요..
며칠 후, 정말 사모님의 말대로 그녀의 남동생이 가게에 나타났다.
커피 전공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자신감은 가득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죠.”
“요즘 이렇게 제조하는 게 트렌드예요.”
그는 말이 빠르고, 확신에 차 있었고, 그게 가끔은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그냥 듣는 입장이었고, 그가 뭘 말하든 따르기로 했다.
그게 편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온 거리에는 캐럴이 흐르고,
가게 앞을 지나가는 연인들의 손엔 커피 대신 장미꽃다발이나 작은 케이크 박스가 들려 있었다.
매장 안은 한산했다.
오전 10시부터 계속 카운터에 앉아 있었지만,
커피 향 대신 따분한 시간만 가득 찼다.
그날의 매출은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손님이 너무 없었다. 퇴근하기 두 시간 전이 되자,
남동생은 말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잖아요. 분위기도 안 나고, 손님도 없고… 이쯤에서 마감하죠. 누나가 뭐라 그러면 제가 책임질게요!”
라고 말하곤 가볍게 웃었다.
나는 망설였다.
정해진 마감 시간까지는 아직 한참 남아 있었지만,
상황을 봐도 그가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게다가 사모님이 그토록 자랑하던 ‘믿을 만한 동생’이니,
뭔가 문제 되겠어 싶었다.
조용히 셔터를 내리고, 남동생이랑 같이 가게 정리를 했다.
스피커에 남은 캐럴이 쓸쓸하게 울려 퍼졌지만,
어쩐지 마음은 가볍기까지 했다.
“그래, 오늘 하루쯤은 일찍 퇴근해도 되지.”
뭔가 살짝의 찝찝함을 안고 그렇게 남동생과 나는 퇴근을 했다.
집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전화가 울렸다.
사장님이었다.
“왜 가게 문을 그렇게 일찍 닫았어?”
그녀의 한마디에 갑자기 심장이 덜컥하면서 숨이 턱 막혔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곧 울먹이기 시작했다.
“나는… 다 무너진 기분이야. 어떻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손님이 없어도 가게는 열어야 해.. 당연하지 않나?”
“내가 사장인데? 난 일찍 닫으라 한 적이 없는데? 내가 사장이야 “
말문이 막혔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연히 사장님 동생이 책임진다면서 일찍 닫은 게 이렇게 날카롭고 부정적인 반응으로 나한테 책임을 물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억울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하지만 그 억울함을 토로하는 순간, 더 큰 감정이 쏟아질까 두려웠다.
그냥 조용히, “죄송합니다”만 반복했다.
그저 시킨 대로 했을 뿐인데.
내가 결정하지 않은 일인데도, 책임은 나의 몫이었다.
누군가는 말만 하고 떠나고, 누군가는 그 감정을 받아낸다.
그 역할이 나라는 게, 서러웠다.
사장님의 울먹이는 전화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하지만 그날 내가 제일 하고 싶었던 말은 사실 이것이었다.
“사장님, 제가 닫자고 한 게 아니에요.
그쪽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그 말, 아직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마음에만 남아 있다.
그날 밤,
캐럴이 흐르는 거리와 그녀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같은 하루의 일부였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 사건 이후 나는 업무상 누군가를 믿는다는 행위를 하지 않게 됐다.
억울하게 누명 쓸지도 모르니깐 말이다.
그게 나를 완벽주의와 혼자 일을 다 하는 병에 갇히게 해서 힘들게 하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