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숨은 조종자, 부점장

뭐 하시는 분이세요..? 알고 보니 경력 3개월이 다인..

by 온리빈







실습은 기대와 달리 매일 4층짜리 건물을 청소하는 일로 가득했다.

점장님은 면접 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고, 나는 그 모순된 태도에 점점 지쳐갔다.


'분명. 음료도 만들어보고 전반적인 카페업무를 같이해보자 하시더니 이건 그냥 청소부잖아?'


교수님에 대한 원망까지 번졌다.

'왜.. 매번 이상한 곳만 연결시켜 주시는 걸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문제는 점장님이 아니라, 뒤에서 모든 스케줄을 쥐고 있던 부점장이었다는 걸.


부점장은 팔이 안으로 굽듯, 자신이 직접 뽑은 아르바이트생들에게만 유리한 포지션을 몰아주었다.

그 결과, 나와 친구는 하루 종일 청소만 하다 끝나는 스케줄에 갇혀버렸다.




하루는 업장에서 유일하게 '청소가 아닌 업무'를 맡았다. 바로 키위 깎기였다.

하도 많이 깎다 보니 거의 기계가 다되어갔고, 본사에서 오신 오픈 매니저분들도 내 칼질 솜씨에 감탄을 하시곤 했다.




그러던 중, 벽 뒤에서 대화가 들려왔다.


"점장님. 실습생들은 어차피 실습기간 채워야 해서 그만둘 수 없으니까 막 부려먹어도 돼요. 솔직히 돈 안 주고 잘라버려도 아무 말 못 한다니까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부점장이었다.


순간, 내가 왜 매일같이 청소만 하고 키위만 깎았는지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그러나 이미 실습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 졸업을 위해서는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래, 한 달만 참자."



못 들은 척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김없이 혼자 4층 청소를 끝내고 땀이 범벅이 된 채로 녹초가 되어 내려왔을 때였다.

이미 옷을 다 갈아입은 다른 아르바이트생들 손에는 오천 원 짜리 지폐가 들려 있었다.



"오 웬 오천 원이에요?"


"택시비~ 마감하면 주시잖아."


"에? 저는 안 주시던데요..?"


"어? 우리는 시작할 때부터 주셨는데? 아까 부점장님이 주고 가셨어"



나는 받은 적이 없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부점장이** 실습생에게는 안 줘도 된다 ** 고 하며 자기 라인 아르바이트생들에게만 챙겨줬던 것이었다.


그날 이에도 다양한 편애스러운 일들이 있었다.

억울함과 불합리를 참지 못한 나는 실습기간만 채우고 퇴사해 버렸다.

반면 끈기 있고 참을성이 많은 친구는 남았다.


그리고 실습이 끝남과 동시에 그 친구는 부점장의 불공정함을 용기 내어 점장님께 말씀드렸다.

그 순간부터 가게의 흐름은 달라졌다.

부점장이 쥐고 있던 권력은 무너져 내렸고, 그 후엔 결국 그 자리는 친구가 차지하게 되었다.




나는 그 과정을 멀리서 지켜보며 배웠다.

때로는 참고 견디는 것도 필요하지만, 잘못된 점을 상사에게 정확하게 짚어내는 용기야 말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큰 힘이라는 것을.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점장님께 전화를 받았다.



“그때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고, 부점장 말만 믿고 따랐던 제 잘못이 컸어요. 정말 미안합니다.”




점장님께서 뒤늦게 모든 상황을 알게 되고 사과를 전했을 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불합리한 일은 침묵 속에서만 더 크게 자라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침묵을 깨는 용기는, 결국 스스로를 단단하게 성장시키는 힘이 된다는 것을.


언젠가 또 다른 자리에서 마주할 부당함 앞에서는, 나도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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