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치워도 쌓여만 가는 일들

오픈팀의 몫이 되어버린 매장의 하루

by 온리빈

설 연휴 내내 손님들이 몰려올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찾아왔다.
밤새 쏟아진 함박눈 덕분에 온 세상이 눈의 나라로 변해버린 것이다.
순간, ‘이걸 어쩌지… 출근은 가능할까?’ 했지만,

우리 동네는 원래 눈이 많이 오는 걸로 유명해서 도로는 밤새 제설이 끝나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아침에 출근한 오픈 매니저님들도 제설 속도에 놀라셨다.
그래도 아직 가게 앞에는 한가득 쌓여 있는 눈을 보고 오픈팀과 매니저님들은 한숨을 푹 쉬었다.

“여자 둘이 무슨 눈을 푸겠냐”면서 저리 가라고 훠이훠이 손을 흔들어대시곤 가게 앞으로 향하셨다.
가게 앞에 한가득 쌓인 눈을 보며 삽을 들고 “군생활 생각난다”며 농담처럼 웃으셨지만, 이내 진짜 군대처럼 땀을 흘리며 눈을 치우셨다.




그날 사장님은… 눈이 다 치워지고, 앞마당이 말끔해졌을 때에서야 나타나셨다.
그 모습이 참 무심하게 느껴졌다.






오픈 지원 매니저님들이 떠날 때까지 우리의 모든 점심은 계속 우리 엄마의 도시락이었다.
그리고 매니저님의 마지막 지원 날, 퇴근하려는 나를 불러 세우며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이거, 어머님께 꼭 전해주세요. 근무하면서 따뜻한 밥 챙겨주셔서 감사했어요.”


상자 안에는 파스텔 톤의 예쁜 컵 세트가 들어 있었다.


생각지 못한 선물에 내 두눈은 휘둥그레.

이런거 안주셔도 괜찮은데 라고 했지만, 솔직히 감사하게 생각해주셔서 감사 했다.

그때는 그저 '내 몫 챙겨오며 더 챙겨온 건데, 왜 이렇게까지 감사를 표현하시지?' 싶어 약간 의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다. 누군가를 챙긴다는 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오히려 사장이 아무것도 챙기지 않는 매장이 훨씬 더 많다는 것도.



바빴던 와중에 맛있는 한 끼를 먹을 수 있었음에 너무나도 감동받으셨다고 매니저님은 나중에 또 말씀해 오셨었다.



그 컵들은 아직도 우리 집 찬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가끔 손님이 방문했을 때만 슬쩍 나왔다가 다시 들어간다. 그 정도로 엄마가 애지중지하신다.

컵 세트를 갖다 드리던 날, 눈을 반짝이며 소녀같이 기뻐하시던 엄마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오픈 지원팀이 떠나고 나자, 매장은 온전히 우리만의 공간이 되었다.


이제야 진짜 시작이구나 싶었는데, 이상하게 내가 속한 오픈팀은 총괄 매니저처럼 모든 일을 도맡아야 했다.
같은 시기에 들어온 마감팀은 음료만 만들고 청소만 할 뿐, 매장의 큰일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처음엔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겠지’ 생각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단톡방까지 개설해서 서로를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을 정리해 공지하기도 했고, 필요할 땐 직접 부탁도 해봤다.


처음엔 알겠다고 답이 오기도 했지만, 실제로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결국 오픈팀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했고, 그 사이 불만은 점점 더 켜켜이 쌓여만 갔다.

눈은 치우면 금세 사라졌지만, 팀 사이에 쌓이는 감정의 골은 오히려 더 깊어져만 갔다.


누군가는 “그냥 원래 그런 거다”라며 체념했지만,

내 마음속엔 자꾸만 이게 과연 당연한 일인지 되묻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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