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
이번 직장은 내가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해 들어간 곳이었다.
그동안은 교수님이 연결해 주시거나 학교 과정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만큼은 지원서도 직접 내고 면접도 보고, 오롯이 내 의지로 결정한 시작이었다. 그래서 더 떨리고, 더 설레었던 것 같다.
새로 오픈하는 매장이었고, 같이 일하게 된 언니와 오픈 지원팀 매니저님들과 함께 설 연휴를 맞이하게 되었다.
연휴라 첫날부터 손님이 몇 배로 몰려 정신이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힘들다는 생각보다 살아있다는 기분이 더 크게 다가왔다.
학교 카페와 행사장에서 쌓은 경험들이 이 순간 다 쓰이면서, 메뉴를 익히는 속도도 빨라졌고, 매니저님들께 “일머리가 있다”는 칭찬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흘려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끼며, 떨어져만 가던 자존감을 잠시나마 세울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오픈 매장이었음에도 사장님의 얼굴은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극성맞은 사장님들은 여럿 봤어도, 이렇게 무관심한 사장은 처음이었다.
컵라면 하나 없는 매장에서, 연휴라 문 닫은 가게들만 바라보다 결국 첫날은 밥 한 끼, 물 한 모금도 못 하고 버텼다.
매출만 챙기고 정작 일하는 사람이 굶고 있다는 사실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배가 고프면 사람은 예민해진다. 작은 실수도 잦아지고, 서로 날카로워졌다.
가르쳐주시는 매니저님들도, 일하는 우리도 신경이 곤두서서, 퇴근길엔 온몸이 녹초가 되어 텅 빈 마음만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건 아니다.”
그 다음날, 어머니께 이야기를 꺼냈더니 차례 지내고 남은 고소한 참기름 향이 배인 시금치나물과 고사리, 그리고 따끈한 밥까지 한가득 챙겨주셨다.
그것도 내 몫만이 아니라 함께 고생하는 매니저님들 것까지.
역시나 사장은 아무것도 챙겨주지 않았지만, 우리는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을 함께 나눠 먹었다.
예상치 못한 도시락에 본사 매니저님들은 연신 감동받으신 듯 “꼭 감사하다고 전해달라”며 몇 번이고 말씀하셨다.
따뜻한 밥 한 끼에 몸도 마음도 녹아내리던 순간, ‘직원을 챙긴다는 건 이런 거구나’ 하고 깨달았다.
이래서 다들 복지복지 하는구나..
그렇게 전날과 다르게 밥 먹고 재충전해서 다들 열심히 기분 좋게 업무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결국 매장이 잘 되기 위해 필요한 건 화려한 인테리어나 새로운 메뉴가 아니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굶지 않고 웃을 수 있도록 지켜주는 기본적인 배려.
사장이 그걸 외면한다면, 그 매장의 문제는 이미 시작부터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근데 그걸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