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글을 세 개나 올리지요?
정신을 조금 놓았습니다.
직장을 나오게 되었다.
내년에 월급 줄 돈이 없다고 한다.
불안정한 고용 형태와 물경력이 될 것 같은 자리라
내년쯤엔 옮길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한다.
언젠간 모가지가 날아갈 수도 있을 자리겠거니 예상했지만
이렇게 금방 찾아올 줄이야.
쫌 어이가 없었다.
날 따뜻할 때 옮기려고 했는데
이 엄동설한에 나가야 한다니.
서울역에서 누울 곳을 알아봐야 하는 걸까.
혹시 제가 일을 못해서..? 불평을 해서..?
쫓겨나는 것인가요?라고 팀장님께 여쭈었다.
전혀 아니라고 하셨다.
구체적으로 삭감된 금액을 들었다. 실화인가?
그래도 내 탓이 아니라는 사실이 마음에 조금 위안이 되었다.
면전에 대고 사실대로 말하긴 쉽지 않겠지만
거짓말을 하실 분은 아니라서 믿기로 했다.
그래, 내가 성격은 지랄이지만
언제나 어디서나 일만큼은 최선을 다했는걸.
눈물은 나지 않았다.
팀장님께서 나를 부르는 순간 번개가 꽂혔기 때문에 짐작했다.
동물적 감각으로 이미 알았달까?
정말 쓸데없고 신기한 능력이다. 사실 꿈도 꿨음.
꾸역꾸역 어쨌든 남은 기간을 채워야 하는 것이 고역이지만
당장 갈 곳 없기 때문에
월급 루팡하러 나와야 한다.
마음이 헛헛해서,
동네 주민센터에 아주 아주 아주 소정의 물품 기부를 하기로 했다.
가족과 상의되지 않았지만
이것이 올해의 마지막 기부가 될 테니까.
슬픈 것은 내가 기부하려는 항목을 들으시더니
사용 기한이 얼마나 남았는지 조심스레 물으시는 거였다.
전화로만 말씀드렸던 것은 '생리대'인데
여기에 남은 기간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은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엥, 사용 기간이 있었음?
항상 집에 가득 쌓아놓고 때 되면 사는 물건이라
딱히 신경을 써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나도 지난 걸 쓰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아닐 것이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진짜 말로 표현하기 오묘하다.
슬프기도 하고 복합적인 마음.
나는 당연히 새것 사서 그냥 택배로 보내려고 했는데...
바로 사서 보낼 거라
남은 기한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씀드리니
다소 안심하는 목소리.
친절하게 기부금 영수증까지 챙겨주신다고 하셨다.
흠...계획에 없던 라면 한 박스도 샀다.
생리대도 라면도 내 생각보다 비쌌다.
내가 지금 길바닥에 나앉게 되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영수증은 캡처해서 야무지게 이메일로 발송했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