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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표정

by 재스비아

8살 난 계집애가 자갈 깔린 산비탈을

대차게 뛰어 내려오다 넘어지고 말았네


야생자갈이 연한 살을 비집고 흉을 냈는데

아야, 아야 하지 않는 계집애


지나던 어른들이 놀라 쳐다보네


혓바닥에서 비린내 나는 흙알갱이가 데굴데굴

약수터 물을 퍼내 입안을 헹구어 뱉어내고


혼자서 집을 향해 걸어가니 노을이 지고 있네


다리가 무겁고, 손바닥이랑 얼굴이 화끈거려

몹시 놀란 계집애의 혈관만 팔딱팔딱


아이스크림을 버리래서 버렸어요

먹는 게 늦어서 입에 물고 있었을 뿐인데


그걸 보고 나쁜 계집애라고 했지?


무슨 표정을 지었어야 할까.

무슨 말을 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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