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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새 일주일 성공 후기

토요일엔 쉬어요. 특새도 브런치도.

by 재스비아

특새를 하면서 인생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과 생각이 조금씩은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우선은 총 3주간의 특별 새벽기도 기간 중 일주일 참석에 성공했음을 자축한다.

남은 2주가 몹시 두렵다.

하루하루 가기 싫어 죽겠는데,
잠만보인 내가 새벽에도 눈이 잘 떠진다.


게다가 늦게 나가면 늦게 나가는 대로
버스가 늦게 와주고, 신호등도 눈앞에서 곧 바뀐다.
시간의 우연일지라도 나는 어떻게든 나를 가게끔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느꼈다...

사실 도착해서는 피로로 정신이 옳지 못해서 조금 졸면서 설교를 듣긴 했지만 말이다.

다니기 시작하면서 강아지가 다쳤고,
친척이 꿈자리가 안 좋다며 연락을 주셨다.
그 밖에도 크고 작은 근심거리가 생겼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겨내고 있다.


강아지는 그래도 많이 다치지 않았고,
병원에서 처치를 제대로 받고 있다.
강아지도 까까 버프로 같이 이겨내는 중.
내 새꾸ㅜ 배 빵빵 강아지다.

꿈 때문에 걱정 마시라 친척 어른께 전화를 드렸다.
근심거리는 항상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흘려보냈다.

참고로 해결 못한 가장 큰 어려움은 배고픔과 천둥소리 같은 꼬르륵 소리이다.
새벽부터 제대로 된 밥이 먹히는 건 아니고,
억지로 크래커라도 씹고 갔는데 용량이 큰 위가 문제가 된다.
옆자리 사람에게 눈치가 보이고 창피하다. 젠장.

무언가 가벼운 일부터 시작하려는 데도
세상에 억까당하는 기분이 든다.
별 것도 아닌 일에 모든 신경을 쏟게 되는 나의 이런 점이 병원을 가야만 하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문제는 지금 몹시 잘 이겨내고 있고,
새벽 버스를 금방 금방 잘 타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서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제발 남은 2주도 이렇게만 부탁드리것습니다요!

이유가 어이없겠지만, 인간은 말도 안 되는 사소한 것들로 이겨낼 힘을 얻기도 하는 법 아니겠는가.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가는 동안 목을 이리저리 꺾어가며 누구보다 추하게 졸고 있지만,
어릴 때 혼자 산에서 모험을 하곤 했는데,
약간 그런 느낌이라 버스 타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새벽이라 사람도 적다. 아주 아주 굿이에요.
운이 좋으면 두 자리에 나 혼자 내내 타고 갈 수 있다.


숨 쉴 때마다 얼음을 삼키는 것 같은 새벽추위를 뚫고 교회에 도착하면 한창 시작하는 찬양이 나를 맞아준다.

누구보다 빠르게 튀기 위해 가장 뒷자리의 끝자리를 노린다. 내 고정석☆

특새 설교의 공통점. 아니 사실 대부분의 설교의 공통점이라고 해도 될지 모른다.

힘들게 새벽기도에 나왔는데, 자꾸만 고난 이야기를 하신다.

고난과 환난 속에서 이름 없는 무언가로 삭아가며, 그 과정 속에서도 감사함을 누려야 한다는 느낌적인 느낌의 교훈들.

내가 모지리라 그 멋진 설교들을 이 따위로 밖에 축약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면 감사드리겠다.

저 설교들을 들으며 가장 크게 자리 잡는 생각은
'지금도 딱히 인생 난이도 쉽게 살고 있진 않은데, 개 싫다 진짜ㅠㅠ 살려줘요ㅠㅠ' 여기서 파생된 모든 부정적인 것들이다.

아니지 잘 살고 싶은 게 부정적인 게 아니지 않아?

어쨌든,, 자꾸만 무언가의 거름이 되어 썩어야만 하는 인생이라면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내 의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인간이 인생을 정복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과연..? 그럴까?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수동적 태도라 여기며 패배자라고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뜻은 분명히 아니다.

삶은 주체적으로 사는 게 맞다.
생각도 마음대로 하는 것처럼 우리에겐 충분한 자유가 있으니까.

다만 내게 주어진 자유 안에서 또 분명한 운명이 썩어갈 밀알이 돼라 한다면, 나는 누군가의 영혼 하나라도 꽃피우는 거름이 되고 싶다.

내가 거름이 되는 것으로 꽃은 되지 못해도,
거름 속에 숨겨 두었던 씨앗 하나로 나는.
그늘을 줄 수 있는 나무로 자라날 거라 믿으려고 한다.

꽃도 피워내면 더 좋겠지만.

지금 이 순간이 괴롭다면 나무로 잘 크고 있는 중이 아닐까?

꽃씨가 없다고 슬퍼하지 말자.
무엇으로 자랄지 몰라.

응원합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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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넌 나를 똥 취급하면 안 돼. 죽어.
그건 다른 이야기야.

지킬 앤 하이드가 여기 있지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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