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새 : 특별 새벽 기도회(맞나?)
25년의 마지막 달이자 직장의 마지막 달.
뭔가 기분이 멜랑꼴리 하면서도 설렌다.
직장에서 잘려서?
나이를 먹어서? 아니, 나이만 먹어서?
새해가 밝아 올 테니까?
흠,,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올해는 잘림이 우울에 보탬이 되긴 했지만,
대체로 매년 12월은 특유의 우울과 설렘을 주는 달이다.
청춘을 잃어버린 수년간은 우울감만 크게 느꼈었는데,
지금은 아예 다 잃어버려서 그런 걸까?
다시 어릴 때처럼 막연히 행복해질 것 같고
실제로 무척 설레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동시에 현재의 우울함을 인식함으로써 생기는
괴리감도 함께 느끼고 있다.
롤러코스터처럼 오락가락하는 게 아니라
저 두 가지 감정이 한 번에 존재하는 것이다.
정말 이상해.
지금 설렘에 먹혀가고 있는 것 같다.
어릴 적에는 괜스레 새해가 되면
공기도 새것처럼 느껴졌는데,
그때의 향수가 주는 설렘이 지금도 느껴지고,
201×년대 한창 프리허그가 유행하던
청춘의 연말 크리스마스 이벤트 열기가 주는 설렘이 다시 느껴지고,
주말 아침 햇빛을 받으며
다 함께 차가운 공기를 피해 폭닥한 이불에 누워 있는
그런 일상의 설렘이 크게 느껴지고,
내년에는 신나고 새로운 일들이
가득할 것만 같은 희망의 설렘이 강하게 느껴진다.
다 잊어버렸었는데,
올해는 특별히 그런 마음이 든다.
현 상황이 정말 최악이라
우울도 극대화되어 있는데 말이다.
우울이 심해진 나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보호작용이
발동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상황과 달리 썩 나쁜 기분은 아니다.
그렇지만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라
이질적인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뜬금없지만,
이 느낌을 환기시키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인생 처음으로 혼자 새벽기도 챌린지를
도전해보려고 했다.
새벽 3시 50분에 기상(사실 밤을 새웠다 ㅋㅎ)하여
평소와 같이 출근 준비를 한 후,
5시 전 동네에 딱 한 대 오는 버스를 겨우 타고,
지하철도 없어서 시내버스를 탔다.
일요일에도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교회를 가지 않고 온라인 예배를 드렸던 나에겐
이것조차 엄청난 도전이었는데,
무난하게 성공한 것 같다.
생각보다 당황하지 않은 내 자신을 칭찬한다.
첫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진짜 진짜 진짜 많았고,
역시 조금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뿌듯했다.
6시 시작인 예배지만
집과 거리가 워낙 멀어서 아주 살짝 늦었다...ㅎ
설교가 끝난 후 기도 시간을 갖는데
조금만 앉아 있다가 나왔다.
나만 나간 건 아니고, 설교 끝나니까
절반쯤은 줄은 것 같았다 ㅎㅎ...
나는 그래도 쪼오끔 더 앉아 있었다고?
마지막 달 유연근무 요청을 허락받아서
일찍 출근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빨리 가야 할 것 같아 일어났다.
피곤하고, 배고프고, 추웠고,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에
용기가 조금 생긴 것 같았다.
아침에 먹을 바나나랑 까까를 샀다.
회사에 도착하니까 살 것 같아...!
다른 분들이 오시기 전까지
돼지족장처럼 의자에 몸을 푹 기대어 쉬었다.
행복을 느낀다.
특새 완주에 도전해 봐야겠다.
같이 도전? 물론 각자의 교회에서^^.. 헤헤.
처방받은 약 때문인지 뭔지
잠을 다시 잘 못 자게 되었습니다 ㅜ
항상 정신이 멍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글 쓰는 게 조금 어렵네요..!
사고 자체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혹시 글을 올리지 않더라도
브런치 접은 거 아니니까
구독 취소 하지 말아줘요잉 ㅜ...!!!!!!!!
라이킷 구독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