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주제 고갈에 대한 이모저모 생각

by 재스비아

주제 하나에 대해서만 수십, 수백 개를 쓴다면 그걸 읽는 독자들은 권태를 느끼고 떠나버릴까.
같은 주제가 다르게 탄생됨에 즐거움을 느낄까.

감사하게도 후자처럼 여겨준다면 좋으련만.

하지만 그것도 고민을 완전히 해결해주지 못하겠지.

최초 주제 A에서 새로운 AB나 AC를 만드는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것'은 불가능할지라도,
계속 겹치듯이 비슷한 A'와 A''만 만들어 낸다면,
그것이야말로 창작자에겐 최악의 사태 아닐까.

그리고 본인은 본인 작품에 대해 객관적이지 않을 테니까 A'를 써놓고 AB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고, 이러나저러나 수많은 문제상황에 당착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논리적으로 설명을 못합니다.. 오류가 넘치겠지만, 양해를 구합니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물론 그렇게라도 창작을 이어갈 수 있다면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읽는 입장에서 A의 복사체만 계속해서 봐야 한다면, 언젠간 거북함을 느끼고 떠날 것 같다.

소재 고갈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뭐 몇 개 쓰지도 않았건만, 경험 거지는 슬프다.

방구석 생각과 불쨩한 엄마와 강아지에 대해서만 주야장천 써야 한다니.
싫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좋아서 써도 써도 엄마와 강아지에 대해선 계속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나으 사랑을 받아주쎄요.
강아지랑 엄마 모두 나의 사랑을 피한다. 왜!!!!
둘 다 이마가 동그랗게 튀어나와서 뽀뽀하지 않을 수 없는 걸.
귀여운 걸 어떻게 해!!!!!!!
나는 마마우먼, 멍멍우먼이다. (걸이라고 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아서 썼다 지웠다...ㅜ)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을 훔치고 싶다.
꾸준히 잘 팔리는 웹툰, 웹소설에서 빙의하는 캐릭터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깊이 관여하고 싶다.

진짜로 넓게는 아래와 같은 예시도 아주 가끔 궁금하다.

끌끌 혀를 차며 매사에 신경질적인 지팡이 요정 할아버지도 되어보고 싶고, (이것도 사실 난데)
본인 주먹만 믿고 생난리를 치는 뿌앵 양아치도 되어보고 싶고, (내 현재)
지하철에서 늘 날 밀치고 설 자리 뺏으시는 3대 xxx 치시는 실전근육 할머니도 되어보고 싶고, (내 미래)
마트에 누워 울며 떼쓰는 협상 마스터 아이도 되어보고 싶다.(어릴 때 해볼 걸 ;)

모든 인생에 관여해보고 싶어.
하지만 나한테 말 거는 건 싫어.
알고 싶은데, 알기 싫어.

어쩌라고!! 어쩌라는 거야!!

인간을 기피하는 병은 언제 사라질까.

진짜 거의 매일 타는 지하철에서도 인류애가 사라져 가는 것을 느끼는데, 다른 사람 인생을 어떻게 느끼냐..

책 읽기로 충분한 걸까?

사실 책으로 조차 누군가의 인생을 보는 것도 싫은 느낌.. 속세에 염증을 느낀다...
하지만 글은 쓰고 싶고, 여러 가지를 느끼고 싶고, 보고 싶고, 알고 싶고!!!!

병 걸렸다.

답을 알려줘도 모를 것이다.
이 우매한 짐승은.
남은 인생 체득으로 아는 수밖에...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2화글쓰기의 딜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