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 내듯 글을 쓰고 나면
어딘가 텅 빈 것 같이 허해진다.
멈추지 않고 시를 쓰고 싶은 목마름인지,
더 이상 쓸 수 없을까 두려운 그림자인지
구분이 어렵다.
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 :
글 쓰는 게 재미있는데, 재미없어
요즘 자꾸 이런 상태다.
무언가 떠오르면 미친 듯이 쓰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런데 또 쓰기 싫거나
글이 떠오르지 않는 상태도 유지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이 모순적인 상황이 동시에
나를 장악하고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종종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
정말로 쉬면 머릿속으로 쓰고 있던 글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기도 해서
되도록 쓴다.
그 순간을 놓치면
기억이 전혀 안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럴 때마다 조금 신경이 거슬리는 것 같다.
이런 점이 문제인 걸까.
대단한 문장가는커녕 뭣도 아니면서
이런 딜레마에 빠진다는 게
조금 자체 허세 같아서 웃음이 나온다.
그렇지만 있는 사실인 걸 어떻게 하지.
이번 같은 경우는
영혼을 소모시켜 쓴 글 때문인 이유는
전혀 아니라 더 문제이다.
솔직히 괴로운 건 적지도 못하기 때문에,
뭐 영혼까지 소모시켰다는 표현은 몹시 몹시 과장된 나만의 화법이다.
중2병이 다시 온 걸까 노망이 난 걸까.
쓰고 나서 스스로 약간은 만족스럽게 느껴지는
글들이 하나쯤씩은 있지 않은가.
그런데 잘 모르겠다 나는.
만족스러운 게 있는지.
내가 시라고 쓴 게 시는 맞을까?
울림이 있을까?
결여와 결핍된 시선으로만 찍은
조작된 사진 같기도 하고,
모든 게 기이하게만 느껴진다.
내가 그렸는데 뭐라 썼는지도 기억이 안 나네.
지금 당장
귀여운 게 필요해.
엄마랑 강아지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