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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에 출근한 사람? 나야 나!

by 재스비아

나만 빼고 가족들은 이날 모두 쉬었다. 슬펐다.

확실히 회사 가기 전날엔 꿈자리가 사납고, 불면증 증세가 심해지는 걸 느낀다.
이날도 반쯤 정신이 깨어 있는 상태로 잠이 들었는데, 제대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다녔던 회사들의 온갖 사람들이 다 나오고, 짜증 나는 일을 하는 꿈을 꿨다. 이따위의 꿈은 깨고 나면 온몸에 힘을 주고 있다가 힘이 풀리면서 피가 도는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꿈에서도 용을 썼다는 거겠지.

막상 회사에 도착하면 꿈이나 나의 두려움과는 달리 평범하게 흘러가고, 일도 순탄한 날이 꽤 많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노이로제에 걸린 걸까 궁금하다.

언젠가 다른 분들께 들었던 이야기에 의하면 몇 세를 기점으로 어느 정도 상황을 대하는 자세가 덤덤, 편안 해지더라는 말을 들었다.
(어느 분은 또 출산 이후에 성격이 완만하게(?) 변했다고도 하셨는데, 글쎄 그 경우에는 내가 알 도리가 없어 이야기할 수가 없어서 제외하겠다.)

전자의 말과 관련하여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되었다. 그분의 말씀처럼 어느 부분에 대해선 실감을 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힘든 부분이 더 많은 것 같다. 이 차이마저도 또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 같아 그냥 사람의 원래 가진 성격의 큰 모양새를 벗어나긴 힘든 거구나 하고 마음먹기로 했다. 그 이후에서야 약간이나마 덜 초조한 사람이 된 것 같다. 물론 내 기준에서 느끼는 부분이라 여전히 다른 사람들에겐 '이 자식 뭐야' 싶을 만큼 불안이 캐릭터일 것이다.


하지만 난 불안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그래서 불안도를 낮추기 위해 뭐든 미리미리 계획하고 싶어 하고, 해야 할 일을 늦추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않는 것 같다. 인생엔 늘!!! 늘 예상할 수 없는 변수가 생기고, 웬수 같은 상황이 닥친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할 때면, 숨이 막히는 것 같다.


미리 맞는 매가 덜 아플까?

일어날 수 있는 좋지 않은 일들을 자꾸만 헤아려보는 습관이 잘 버려지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몇 개는 맞췄기 때문이다. 맞췄을 때의 기분은 째지는 게 아니라 쳐진다. 아 이럴 줄 알았지만 여전히 나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벅찬 일들. 나는 어른인데 아직도 모든 게 어렵다. 혼자서는 못하겠는데, 혼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생기는 것도 밉다. 어쨌거나 해결하긴 하지만.

나이와 신체적 피곤도를 보면 곧 하룰라라 가셔야 할 것 같은데, 정신은 아직도 놀이터에서 흙파서 수로 만들며 놀고 있다.

언제쯤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어른들은 어떻게 어른이 된 걸까?

나는 그냥 계속 흙이나 만지며 놀고 싶다. 아 물론 농사짓고 싶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벌레 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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