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평균, 평범을 훔치고 싶어

(불쾌함 주의)열등감의 일기 1 : 늘 못 미치는 나, 그래도 쓰고 싶어

by 재스비아

늘 대한민국의 평균, 평범한 수준을 검색하며 거기에 못 미치는 값을 가진 나는 평균과 평범을 가장한 혹은 그것마저 훔치려 한다는 순전한 내 착각 속의 이상과 비범에 늘 열등감을 가졌다.


평균, 평범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글쎄, 스스로 정한 선 위라 여겨지는 모든 것들에 대해 그렇게 느꼈고, 거기서 받은 느낌에 대한 변화는 거의 없다 봐도 무방한 것 같다.


평균, 평범에 못 미치는 삶이라는 최초의 좌절의 시점부터 내내 성장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선 그저 열등감과 분노의 화마에 휩싸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 화마 속에서 나는 도무지 또 다른 새것 같은 좌절의 획을 그을 수 없어 아무것에도 도전하지 않았고, 그저 방구석에서 괴로움을 삭힐 뿐이었다.


종종, 우연히, 짧은 손을 털어 어쩌다 누군가를 만족시킨 듯한 (창작이 아닌 그냥 하는 말에 가까운) 글을 쓰면, 칭찬과 함께 구체적인 사이트들을 추천해 주며 글을 쓰라는 고마운 누군가들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작가들의 따라잡을 수 없는 화려한 이력과 일치하는 실력 있는 글들이나 전문적으로 작가의 코스를 밟진 않았지만 작가로 활동하는 대단한 커리어의 삶을 가진 다른 이들의 아름다운 글들을 보며 두려워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폄하의 의도 없이, 나의 협소한 관점으로 대강 지레짐작하기로, 어떠한 수상, 등단 이력 혹은 정식계약 같은 지표들이 있는 작품들이 아닌 딱히 주목받지 못한 작품들 조차 그 정도는 되어야만 평균, 평범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 수준에 더욱 두려움을 느꼈다.


평균과 평범이라 여겨지는 작품 하나조차 나에겐 감히 넘볼 수 없을 만큼 버거웠기 때문에, 무엇 하나에도 전문성 없게 내팽개쳐 둔 인생을 되새김질하게 했고, 결국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열등감의 정당성'을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가진 열등감만큼이나 실상 바쁘고 괴로운 하루나 혹은 우연찮게 얻은 잔잔하고 행복한 하루를 지내는 날들을 통해 나는 하고 싶은 일들을 거의 전부 묻어버리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더 이상 머릿속에서 재잘거리던 별들은 내 하늘에 떠 있지 않았고,

이제는 일상적으로 하는 가볍고 유쾌한 대화 조차 할 수 없는 우울하고 음침한 인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불쾌하고도 버거운 삶과 사람의 숲에서 나는 죽은 별들과 함께 같이 불쾌하고도 결여된 사람나무가 되어 침묵하게 되었다.


하지만 삶도 사람도 숲도 나무도 멈춰 있는 것들의 집합은 아니었고, 열등감과 두려움이 자라난 만큼 글짓기에 대한 갈망도 자연스레 함께 자라나 버렸다.


자라났다.

그런데 뭐?


자라난 마음들을 여전히 나는 가꾸는 방법을 몰랐고,

특별히 심한 갈증이 이는 날은 절망적으로 울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해가 계속 흐르고 나이를 아주 많이 먹게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모른다.

무엇으로 이 괴로움을 풀어내야 할까.


평균, 평범에도 못 미치는 그런 글을

그럼에도 그저 쓰고 싶을 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