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광복 기념일, 따뜻하고 아름답고 의미 있는 글을 써야 마땅하지만 요즘의 나는 감정의 옥중에 갇혀 주변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요즘 들어 부쩍 화가 늘고, 잦은 실수를 하고, 무언가 자꾸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병은 치매.
내가 나 아니게 되는 병.
다른 사람이 나를 짊어지게 하는 병.
종종 다니던 길이었고, 휴대폰으로 지도도 켰는데 보면서도 길을 못 찾아 주변을 한참 배회하거나 방금 만졌던 물건의 행방을 기억하지 못하기도 하고, 몇 초 전 보고 들은 그림, 말, 문자를 잊고 간단한 산수를 하는 법 조차 잊고, 하루 전이나 얼마 되지 않은 전 날들의 기억을 깔끔하게 지워버리거나 하는 등의 증상이 꽤 있었다.
전문의를 통한 상담이 필요하다고 느낀 적도 있었지만 매일매일 밥벌이를 하는 입장에 시간도 없고, 생각 보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던 것 같아 시도를 주저했다.
게다가 아직 그런 병들이 찾아올 만큼 노쇠하진 않았고, 유전적인 요인을 찾기도 어려울 만큼 집안 어르신들은 적어도 정신만큼은 정정하게 계시다 소천하셨기 때문에 지금 당장 가야만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왜 이런 일들을 나는 겪고 있는 것일까?
방구석 전문가인 나의 뇌피셜로 진단컨대 가장 유력한 이유는 극도의 스트레스일 것이다.
학교, 회사에서나(그 자체가 좋을 수가 없다) 사람이 정말로 지나치게 넘쳐나는 장소를 갔을 때 등 어쨌든 사회생활을 하는 공간 속에서 버거움을 느낀 끝에 저런 현상을 겪었던 것 같다.
어느 장소였건 버거움의 공통점은 사람.
내성적이라고 다 이렇진 않을 테지만,
꾸깃꾸깃 구석으로 몰아 놓았던 내면의 무언가가 반듯하게 펴지진 않고 자꾸만 뾰족하게 고개를 드는 탓인 걸까.
과부하가 걸린 채로 억지로 페달을 돌리고 있는 요즘의 나는 특히 사람이 무척이나 싫어졌다.
강아지로 태어났다면 변치 않는 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정말 부질없는 생각까지 튀어나올 정도로.
치매라는 병은 예고치 않게 찾아오는 것이겠지만
아직은 젊은 내가 쓸데없이 또 하나 걱정할 이유가 되지 않도록 원인이 될만한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을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쉽게 되는 거였으면 이미 나는 승천했겠지.
답을 알려줘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