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집행 중,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처럼 깨어난 남자. 국립법무병원 특수 감호실에서 벌어진 이 믿을 수 없는 사건은 거대한 파문처럼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안이라는 이름은 순식간에 전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는 뜨거운 화두가 되었다. 사람들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 초유의 사태 앞에서 이성을 잃기 시작했다. 현대 의학의 정점에 선 기술력으로도 납득시키지 못하는 현실 앞에, 인간 심연에 숨겨져 있던 원초적인 믿음이 맹목적인 형태로 폭발적으로 발현되었다. 그를 '재림한 예수'에 비유하며 추앙하는 사이비 종교들이 맹렬히 세를 불렸고,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안을 신봉하는 광신도들과 그의 사형을 주장하는 이들의 설전으로 밤낮없이 뜨거웠다. 도처에 혼돈의 아우성이 가득했고, 그 속에서 진실은 점점 더 희미한 연기처럼 흩어지는 듯했다.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는 한 가지 질문이 있었다. 뇌사에서 깨어난 그에게 과연 다시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가? 법조계 대다수는 형 집행이 '완료'되지 않았으므로 이안은 여전히 사형수의 신분, 즉 '미집행 기결수'로 남아 있다는 냉정한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이안의 부활은 단순한 생명 현상이 아니라, 법과 윤리, 그리고 종교적 믿음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거대한 미스터리로 변모하고 있었다.
한편, 혼돈의 핵이 되어버린 이안은 국립법무병원의 지하 감호실로 격리 이감되어 있었다. 생명유지장치가 제거된 그의 몸은 육중한 철문과 두꺼운 콘크리트 벽으로 외부와 단절된 채, 세상의 관심으로부터 철저히 보호(혹은 감금)되었다. 이는 지나친 언론 노출을 막으려는 최소한의 배려인 동시에, 이 기이한 사태를 통제하려는 병원장 최민준의 치밀한 계산이기도 했다. 이안의 의식은 비로소 깨어났지만, 그의 내면은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자신이 왜 이 낯선 푸른 수형복을 입고, 창문 하나 없는 차가운 감호실에 갇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기억은 마치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흐릿했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도대체 왜 이곳에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오랜 기간 뇌사 상태로 침상에 누워있던 탓에 그의 몸은 예전보다 훨씬 야위어 있었고, 근육은 제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지만,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다리가 후들거려 몇 걸음 떼기도 전에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는 고통과 함께 찾아오는 극도의 무력감 속에서 침대에 덩그러니 놓여, 차가운 벽만 하염없이 응시할 뿐이었다. 주변에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물어볼 사람도, 설명해 줄 이도 없었다. 그는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 홀로 버려진 고립된 섬처럼 떠 있었다.
바로 그 시각, 병원 앞마당에서는 최민준 병원장이 뜻밖의 언론 관심을 만끽하는 듯, 상기된 얼굴로 인터뷰를 진행 중이었다. 밤새 멈췄던 비는 축축한 대기만을 남기고 물러났지만,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번뜩이며 그를 비췄다. 그는 말끔하게 다림질된 와이셔츠와 칼날처럼 정돈된 정장 차림으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연설대 앞에 서 있었다. 전대미문의 사건 속에서도 냉철함을 유지하며 법적 원칙을 강조하는 그의 완벽한 모습에서는, 이 혼란을 자신의 승진 발판으로 삼으려는 교활한 야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의 눈빛에는 성공적인 한 판을 끝낸 승자의 자신감이 번뜩였다.
"병원장님, 앞으로 사형수 이안은 어떤 법적 처분을 받게 됩니까?" 날카로운 질문이 최 병원장의 노련한 미소에 균열을 내려고 했다.
최 병원장은 태연하게 미리 준비된 답변을 읊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권위와 함께 미묘한 만족감이 배어 있었다.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사형 집행 중 집행 대상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은 사례는 전무합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이안의 사형 집행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며, 그는 여전히 미집행 기결수의 신분입니다. 법치국가에서 법의 원칙은 그 어떤 예외도 허용하지 않으므로, 미집행 기결수 이안은 곧 낙산교도소로 송치될 예정입니다."
"이안 씨의 건강 상태는 어떻습니까?" 또 다른 기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오랜 기간 뇌사 상태로 누워있어 신체 기능이 저하되어 있으나,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회복 중입니다. 건강 상태가 회복되는 대로 법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것입니다. 국립법무병원은 국민 여러분의 세금이 단 한 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법이 정한 바에 따라 미집행 기결수 이안의 법적 집행을 진행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친 최 병원장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허리를 숙였다. 그의 얼굴에는 작은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배우처럼, 득의양양한 기색이 역력했다. 기자들을 뒤로하고 병원 안으로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에서는 자신의 다음 행보에 대한 강한 확신이 엿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3일 뒤.
여전히 몸을 가누기 힘들 만큼 허약했던 이안의 감호실에 차가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묵직한 철문이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열리고, 두 명의 교도관이 삭막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그들의 시선은 이안의 얼굴이 아닌, 그의 죄수복에 박힌 죄수번호 'NS4020'에 기계적으로 머물렀다.
" 죄수번호 NS4020 이안. 이감 통보한다. 낙산교도소로 이동한다. 소지품은 없겠지? 자, 서둘러 준비해." 한 교도관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냉담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이안은 교도관들의 부축을 받다시피, 아니, 거의 끌려가다시피 특수 이송차량에 올랐다. 병원 문을 나서자, 다시금 수많은 플래시 세례와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쳤다.
"이안 씨, 당신은 정말 살인자가 맞습니까!", "다시 부활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국민에게 할 말은 없습니까!" 그는 영문을 알 수 없는 관심과 질문 세례에 고개를 숙인 채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의 온몸은 끊임없이 진동하는 물리적 고통에 더해, 설명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으로 휘청거렸다. 마치 영혼이 산산이 조각나는 듯한 감각이었다.
차량은 거센 굉음을 내며 병원을 벗어나 목적지를 향해 질주했다. 이안은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익숙한 듯 낯선 바깥세상은 그가 떠나온 세계와 완전히 다른 곳처럼 느껴졌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논리를 총동원해 현재의 상황을 유추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퍼즐 조각은 바로 '사형수'라는 자신의 신분이었다.
'사형 판결? 일반적으로 살인죄에 해당하는 최고형이다. 그렇다면, 나는 누군가를 살해했는가?'
그의 기억은 선명하게, 그날 밤 그 남자의 어둡고 퀴퀴한 차고 안에서 멈춰 있었다. 메스의 날카로운 빛, 그리고 찾아온 의식의 상실. 그 후는 거대한 공백이었다.
'명백하다. 내가 의식을 잃은 그 순간, 누군가 나에게 거대한 누명을 씌웠다. 그것이 틀림없다.'
이안은 직감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이 억울한 죄를 벗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현실은, 포승줄에 묶인 채 전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교도소로 이송되고 있는 처참한 상황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며,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흉통처럼 밀려오는 답답함이 호흡마저 방해하는 듯했다.
차는 마침내 굳게 닫힌 낙산 교도소의 거대한 철문을 통과했다. 높다란 담벼락과 수 미터 간격으로 설치된 감시탑이 흉물스럽게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죽음의 성벽'처럼 느껴지는 그곳에서, 특수 이송차량에서 내리는 이안을 바라보는 죄수들의 눈초리는 마치 굶주린 맹수들이 먹잇감을 노리듯 사납고 거칠었다. 그들의 시선은 이안의 허약한 육체를 당장이라도 찢어발기려는 듯한 날카로운 야만성을 담고 있었다.
이곳 낙산 교도소는 특수범과 흉악범들만을 따로 격리해 둔, 전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인간 도축장'이라 불리는 지옥이었다. 외부에서는 그저 '사고사'로 처리될 수많은 비명들이 갇힌 곳. 과연 이안이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지성은 외쳤다.
‘살아야 한다. 반드시 살아남아, 이 억울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의 눈빛에 생에 대한 맹렬한 의지가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