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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이탈리아로. 시작은 패션의 도시, 밀라노

엄마와 이탈리아 여행-1 : 두오모, 비토리오 에마눌레 2세 갤러리아

by 세런 Seren

2024년, 1964년생 우리 엄마가 환갑을 맞는 해이다. 엄마 평생에 기억 남는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2023년 8월 엄마와 영국 여행에 이어, 2탄으로 엄마와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엄마는 영국 여행 경험으로 외국 여행이 마냥 두렵지 않은 듯했다. 엄마가 빠르게 오케이를 했다.


한편, 나는 첫 이탈리아 여행에서 좋은 기억이 없어 일단 지르고 걱정이 되었다. 왜냐하면 한껏 기대하고 간 나의 첫 이탈리아는 친한 언니와 둘이 베니스-로마-나폴리를 여행하는 일정이었는데, 예약 실수나 교통 지연으로 일정도 틀어지고, 특히 치안 문제로 여행에 집중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나폴리의 중앙역 근처를 생각하면 무사히 돌아온 게 행운인 거 같다.)


하지만 엄마를 위해, 영국 다음은 '이탈리아'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첫 여행을 타산지석 삼아 경로와 세부 일정을 세우는 데 훨씬 공을 들였다. 엄마에게는 좋은 첫인상을 남겨주고 싶고, 이참에 나도 이탈리아를 제대로 경험 그리고 극복하고 싶었다.


핀란드 경유하며 공항 구경하기, 4월인데 완전 겨울이다

전년도에 받은 포상 휴가 덕에 다행히 4월 초에 여행을 갈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4월의 이탈리아는 여행하기 최적의 계절인 거 같다.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아니 이제 지구 가열(Global heating)로 5, 6월부터 40도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4월은 얇은 긴 팔 하나로 충분한 날씨기 때문이다.


한편, 나는 하루라도 더 알차게 여행하고, 이탈리아의 북부에서 남부(밀라노-피렌체-로마)로 내려가는 여행 동선을 고려해 경유 비행기에 도전했다. 경유 편은 불확실성이 있긴 하지만, 밤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시차 적응하기 좋고, 현지에 도착하면 낮 시간이기 때문에 부모님과 봄~가을 여행할 때 추천한다. (겨울은 기상 악화 가능성이 높아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우리는 핀란드 헬싱키를 경유하여 밀라노로 가는 핀에어 비행기를 탔다. 밤 비행기를 탄 덕에 우리는 푹 자고 헬싱키 공항에 내렸다. 4월인데도 창 밖으로 눈이 쌓여 있고, 이곳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경유해서인지 한국어 표지판이 있어 신기했다. 대기하는 동안 핀란드의 상징 무민(Moonin) 기념품과 크리스마스 소품들을 구경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다시 밀라노 말펜사 공항행 비행기를 탔다.


밀라노 대성당에 장미꽃 젤라또를 바치는 인증사진 찍기

패션의 도시, 밀라노에 도착했다.

숙소 체크인을 한 후 바로 밀라노 두오모(Duomo di Milano)로 향했다. 지하철 역을 올라와 마주하게 되는 이 대성당을 본 순간, 엄마와 나는 감격스러웠다. 어떻게 이런 건축물을 지을 수 있나 싶었다. 보고 있으면 저절로 신앙심이 생길 거 같았다. 이탈리아에 온 게 실감이 났다.


이탈리아에서는 1일 1젤라또를 해야 한다며, 곧장 대성당 옆에 있는 Amorino 젤라또 가게로 달려갔다. 여기를 선택한 이유는 콘 위에 장미꽃 모양으로 젤라또를 얹어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멋진 대성당 앞에 꽃을 바치는 의미로 젤라또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지나가던 외국인이 어디서 산 젤라또인지 물어봐 주어서 뿌듯했다.)


밀라노 대성당 앞의 모녀, 대성당 문의 부조 만지기

사람도 엄청나게 많고, 성당은 어마어마하게 커서 전체 건물과 전신사진을 담기 어려웠다. 결국 사진을 포기하고 우리도 성당 주변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인파 속에서 젤라또를 먹었다.


두오모 광장을 떠나기 전, 사람들이 몰려 있는 대성당 문으로 갔다. 멀리서 볼 때는 그냥 청동색 문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 보니 문도 엄청났다. 성경의 에피소드를 문에 조각한 듯했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하도 만져서 금색이 드러난 부분을 우리도 만져 보았다. 나는 이탈리아에서의 모든 일정이 무탈하고, 우리 모녀가 좋은 기억만 갖고 가길 기도했다.


비토리오 에마눌레 2세 갤러리아

다음으로 우리는 밀라노 두오모 옆에 있는 비토리오 에마눌레 2세 갤러리아(Galleria Vittorio Emanuele II)로 이동했다.


이곳은 밀라노 두오모 광장(Piazza del Duomo)과 스카라 극장 광장(Piazza della Scala)을 연결하는 보행로인데, 초대 이탈리아 국왕 비토리오 에마눌레 2세의 이름을 따서 지은 거라고 한다.


온갖 명품 매장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사실 이 건축물은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 19세기 이탈리아 통일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건축 유산이라고 한다.


‘밀라노의 응접실(il salotto di Milano)’이라는 별명이 있다고 하는데 관광객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만남의 장소처럼 모인 거 같았다.



비토리오 에마눌레 2세 갤러리아를 360도 회전하며 영상으로 담은 뒤, 우리는 다시 브레라 미술관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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