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영국 여행-6 : 윈저 성, 노팅힐, 포토벨로 로드 마켓
엄마와 영국 여행을 계획할 때, 내가 가본 곳과 안 가본 곳 중에 엄마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고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영국을 엄마도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러다 보니 1순위로 걸러진 게 '해리포터'다. 엄마는 초등학생인 나를 영화관에 데리고 가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을 본 게 다였다. 나는 이미 두 번이나 다녀온 런던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해리포터와 헤르미온느만' 겨우 아는 엄마가 좋아할 확률은 제로(0)라고 판단해 제외했다. (아마 엄마는 해리포터와 헤르미온느가 커플인 줄 알 것이다.)
결과적으로, 옥스퍼드-코츠월드에 이어 두 번째 근교 여행을 계획했다.
윈저 성(Windsor Castle)은 나 역시 첫 방문이지만, 우리끼리 기차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여 윈저 앤 이튼 리버사이드(Windsor & Eton Riverside) 역에 도착하니 역 주변이 한적했다.
10시 입장 예약을 한 덕에 우리는 1시간 정도 여유 있게 시내 구경을 시작했다. 푸른 잔디 언덕 위에 성곽이 있고, 그 아래는 벤치가 줄지어 있었다. 반대편은 넓은 도로와 인도를 두고 붉은 벽돌의 성곽 같은 건물들이 있는데 마치 적군이 침입할 경우 바리케이드 역할을 할 건물 같았다.
한편, 성으로 향하는 골목에는 마차가 다닐 거 같은 돌바닥이 깔려 있고, 영국 국기들이 잔뜩 걸려 있었다. 한국의 길거리 간판과 달리, 앤틱 단조 아래 예스러운 그림의 간판이 눈에 띄었다.
30분 전에 미리 줄을 섰더니, 예약 시간인 10시보다 빠르게 입장했다. 화창한 날씨 덕에 우리뿐만 아니라 방문객들 모두가 신이 난 거 같았다. 입구와 출구가 다르다고 했더니, 엄마가 아쉬운 듯 '그럼 들어가는 것부터 사진을 찍자'라고 했다. 영국 온 날부터 하루하루 더 여행 만족도가 높아지는 거 같았는데 이날은 영국 왕실을 직접 체험하는 기분이라 그런지 엄마 기분이 더 좋아 보였다.
세인트 조지 예배당(St George's Chapel)으로 향하는 길에 근위병을 만났다. 성 내부라 그런지 첫날 버킹엄 궁 앞에서 본 것보다 더 절도 있어 보였다. 윈저 성 내 근위병 교대식을 볼 예정이라 얼른 예배당으로 향했다. 아쉽게도 예배당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
예배당을 둘러본 뒤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미리 가서 자리 잡았다. 교대식 장소 뒤편으로는 세트장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초록 잔디를 두고, 왼편은 세인트 조지 예배당과 오른편은 성곽이 보였는데 우리는 근위병 교대식을 기다리는 동안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교대식은 생각보다 길었다. 우리는 볼만큼 본 뒤, 스테이트 아파트먼트(State Apartmaents) 쪽으로 올라갔다.
이동하던 중 길냥이 아닌 길냥이를 만났다. 성에 사는 고양이라 그런지 기품이 있었다. 사람 구경하면 유유자적하던 고양이가 자리를 잡고 누웠다. 잔디밭은 출입 금지이기 때문에 아련한 마음으로 줌을 당겨 사진에 담았다. 고양이와 사진을 찍고 싶었던 엄마는 잔디 반대편으로 후다닥 뛰어 갔다. 한편, 이 윈저 성의 고양이는 기분 내키면 인도로 나와 사람들이 쓰다듬는 걸 허락해 주었다.
가스등 위 왕관과 찰스 왕가를 모티브로 만든 헝겊 인형 등 귀여운 장식들을 보며 여유롭게 걸었다. 단조 울타리 너머로 스테이트 아파트먼트를 본 뒤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엄마는 '윈저 성의 근위병'을 모티브로 한 오너먼트를 샀다. 이 오너먼트는 한국에 와서 엄마가 매일 보는 냉장고에 잘 걸려 있다.
우리는 다시 런던으로 이동했다. 다음 행선지는 노팅힐의 포토벨로 로드 마켓(Portobello Road Market)이었다.
노팅힐 서점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이곳은 '토요일'에 가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오후에 도착하니 이미 마켓은 해산하는 분위기였다. 코너에 위치한 빨간 외벽의 엘리스 상점이 눈에 띄었다. 엘리스와 관련된 온갖 소품을 파는 가게 같았다. 밖에 놓인 소품을 구경하는 사이에 상점 주인이 문 닫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상점 내부 구경은 못하고 우리는 좌판에서 파는 앤틱 소품과 가죽 제품들을 구경하며 걸었다.
우리는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노팅힐의 노팅힐 서점(The Notting Hill Bookshop)을 마지막으로 본 뒤, 슬슬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때 갑자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비도 피하고 저녁도 먹을 겸, 인근에 있는 웨스트필드 런던(Westfield London)이라는 대형 쇼핑몰로 가는 버스를 탔다. 쇼핑몰에는 영국 현지인은 여기 다 있구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비를 살짝 맞아 으슬으슬한 차에 푸드코트에서 쌀국수를 먹었더니 딱 좋았다. 특히 엄마는 영국에 와서 내내 빵과 소시지 같은 서양식만 먹다 익숙한 국물, 면 요리를 먹으니 만족하셨다. 부모님과 외국에 가서 한식당이 없거나 얼큰한 국물이 먹고 싶다면 베트남 음식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