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112화 중환자실로 간 아이

싸움은 끝났고, 책임이 시작됐다

by 동룡

그날 저녁.
형준 어머니는 시장에서 장을 보고 나오던 길이었다.
그때 가방 속에서 울리는 휴대폰 진동.
부재중이 여러 번 쌓여 있었다.

“여보세요? …네? 뭐라고요?!!”
전화기 너머의 다급한 목소리에 형준 어머니는
그 자리에 가방을 떨어뜨린 채 택시를 잡았다.

형준은 거실 바닥에 엎드려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강백호가 만화 속에서 “왼손은 거들뿐”이라며 날아오르는 장면에서
‘따르르르 따르르르’
집 전화가 울렸다.

형준은 스스로 수화기를 들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형준은 곧장 굳어버렸다.
“네… 알겠습니다… 금방 갈게요…”

수화기를 내려놓고 형준은 허둥지둥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단히 숨을 고르곤, 집 전화기를 다시 들었다.

“우덕이네 번호가… 753에… 0984였지…”
그렇게 차례차례, 규만이네, 예린이네, 대용이네로
형준은 손으로 직접 다이얼을 돌려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얘들아 지금 병원으로 와야 해. 빨갱이… 지금 중환자실이야.”


밤 8시경,
아이들은 하나둘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신혁 어머니는 대기 의자에 앉아 눈물을 쏟고 있었고,
형준 어머니는 연신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고 있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 형준이가… 이런 큰일을…”

그 옆엔 수빈이 조용히 서 있었다.
사태를 목격한 인물로서, 어른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우덕, 규만, 예린, 대용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그 장면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떡볶이집에서 환호성을 지르던 그들은
그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다음 날 아침.
당연히 학교는 아수라장이었다.

교무실 안, 신혁 어머니는 눈물로 말을 잇지 못했고
선생님들은 서로 고개를 맞대고 중얼거렸다.

“방학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게 뭡니까 정말…”

그리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선 담임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소리쳤다.

“안형준!!! 넌 물론이고, 어제 그 싸움을
가만히 보고만 있던 녀석들!!!
심지어 끝나고 떡볶이집에서 축하까지 한 애들!!!
전부 복도에 꿇어앉아!!! 부모님 다 소환할 거야!!

특히 서우덕! 정규만! 돈벌이까지 했지?!
이번엔 절대 넘어가지 않겠다!!!”


정연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이어 우덕, 규만, 예린, 대용이 나섰고,
지수, 태연, 성곤까지도 복도로 향했다.

선생님은 말문이 막혔다.
믿었던 아이들까지…
모두 고개를 숙이고 나가는 모습에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건 1반만의 일이 아니었다.
다른 반에서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복도로 나왔다.

그걸 지켜보던 한 선생님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무 많아요… 도저히 다는 안 됩니다.
핵심 멤버만 징계합시다.
보여줄 건 보여줘야 하니까요.”

그날, 인성초의 복도는 조용한 침묵으로 가득 찼다.
장난 같던 싸움판은
어느새 아이들의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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