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보다 조용함이 중요한 어른들.
교무실 안은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몇몇 담임들은 속삭이듯 말했다.
“교감 선생님 교장 승진 심사 앞두고 있다면서요?”
“신혁이네도 북에서 왔다잖아요. 언론 노출은 안 하겠지. 적당히 조용히 넘어가야죠.”
“관련자가 너무 많아요. 전교생 절반이 관련돼 있다던데…”
“중심 애들만 딱 짚죠. 반장, 부반장 몇 명. 그 정도만 본보기로 벌주면 될 것 같네요.”
결국 학교의 결론은 하나였다.
덮자. 보여주기식 처벌만 하고, 나머지는 조용히 마무리하자.
그때, 형준의 진술서가 교무실 한복판에 올라왔다.
“안형준, 들어와 봐.”
담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게 뭐야? 정연이는 잘못이 없다? 그걸 네가 판단해?”
형준은 눈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사실이에요. 정연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렸어요.
저는 그 말도 무시했고, 싸움을 시작했어요.
벌은 제가 받아야죠. 근데 정연이는 아니에요.”
형준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선생님!”
교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규만과 대용이 동시에 외쳤다.
“민지도요! 지수도요! 저희 말렸어요!”
“진짜예요. 지수는 절 찔렀어요. 포크로!”
잠시 뒤, 우덕도 조용히 문 앞에서 한마디 했다.
“… 예린이도요. 맨날 장난만 치긴 했지만… 이번엔 맞는 말 했어요.”
옆에 있던 예린은 당황해 “야!” 하고 우덕을 찔렀지만, 담임은 이미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그 순간, 복도에 대기하던 학부모들이 하나둘 교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기세 좋게 들어선 건 여자아이들 쪽 어머니들이었다.
“그래도 남자애들, 멋있네요.”
“그렇죠, 요즘 보기 드문 의리네. 정연인 좋겠다~”
“형준이, 규만이, 대용이… 참… 다 맞을 줄 알면서도 저렇게 말하네.”
반면 남자아이들 어머니들은 복잡한 표정이었다.
“쟤들 또 이러다 큰일 날까 무섭다니까요…”
“왜 꼭 나서서 벌 받을 일을 해…”
그 사이 정연 어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요… 전 애들이 이렇게까지 서로를 위할 줄 몰랐어요.
정연이한테 벌을 주려면, 형준이는 더 큰 벌 받겠단 아이예요.
그 마음이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서요.”
담임은 결국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정연, 민지, 지수는 벌 제외.
형준, 규만, 대용, 우덕, 예린 너희는 방학 전까지 교실 청소 전담이다. 알겠어?!”
복도에서 대기하던 대용이 형준에게 소곤댔다.
“이 정도면 한판 더 해도 되겠는데?”
“당연하지 빨갱이 공산당 한번 더 잡아봐?”
두 사람의 눈빛이 교차하는 순간, 담임의 꿀밤이 날아들었다.
아이들은 친구를 지켰고, 어른들은 체면을 지켰다.
누가 옳은지는, 누구나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정글 같은 교실로, 다시 돌아갈 시간이었다.
하지만 담임은 조용히 말했다.
“형준 넌 가지 말고 남아… 아직 더 얘기할 게 있다.
이게 끝은 아닐 것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