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이렇게 시작된다
정연의 눈엔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입술을 꼭 다물고 있던 그녀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가며 형준에게 조용히 말했다.
“형준아… 너 자신을 먼저 생각해 줘.
그렇게 거짓말하고, 나 대신 벌 받고… 그런 일, 나 원하지 않아.
나를 위해서라면… 그런 건 하지 마.
진짜 날 지키고 싶으면… 너부터 아껴줘야 돼, 바보야…”
형준은 미소를 띠며 팔짱을 끼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나, 인성초의 별 공식 보디가드야.
울지 마, 걱정 마~ 다 방법 있어요~ 같이 교실로 들어가자.”
하지만 정연은 팔짱을 뿌리쳤다.
“그런 보디가드가 자기 자신을 아무렇게나 다뤄?
진짜 내가 위험할 땐 못 지켜주면 어떡할 거야!
그게 더 무서워, 난…”
그때, 교무실 안에서 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래 어머니였다. 격앙된 목소리가 복도까지 울려 퍼졌다.
“이건 명백한 폭행 사건입니다!
우리 나래도 이렇게 당한 거예요!!
형준이라는 애, 위험하다고요!
이제라도 조치를 취해 주세요!”
정연의 눈빛이 단단해졌다.
그리고, 주저 없이 교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섰다.
“그만하세요!!!”
교무실 안, 순간 정적이 흘렀다.
모든 어른들의 시선이 정연을 향했다.
“어른들이 이러면… 안 되잖아요.”
형준은 당황해 바로 따라 들어오며 그녀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정연은 그에게 정통으로 리버샷을 날렸다.
정연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참되거라, 바르거라’…
스승의 은혜 노래에 그런 말 나오잖아요.
근데 지금 이건, 하나도 참되지도, 바르지도 않아요.”
교감은 손끝 하나 까딱하지 못했고,
담임은 입술을 꽉 깨물며 시선을 피했다.
형준은 고개를 들고 말하듯 웃었다.
“걱정 마… 절대 너는 안 다치게 할게.
날 믿어봐요…”
정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교실 전체가 울릴 만큼 외쳤다.
“이 바보는요!!
저만 있으면 뭐든 다 할 거예요!!
근데 그런 마음을 이렇게 함부로 이용하지 마세요.
부탁이에요… 제발…”
교무실 마이크의 불이 켜져 있었고,
정연의 목소리, 그 눈물 섞인 절규는
인성초 1학년 교실마다 전부 울려 퍼졌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모두 말없이 멈춘다.
누구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누구는 조용히 눈시울을 붉혔다.
정연 어머니는 입을 가린 채 눈을 떼지 못했고,
이내 작게 혼잣말을 흘렸다.
“… 우리 딸… 멋지다…”
민지 어머니는 조용히 눈을 닦았고,
지수 어머니는 교무실 문을 등지고 벽에 기대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이는
교장 선생님이었다.
“… 오늘은, 어른이 아이한테 배우는 날이네요.”
그는 고개를 숙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정연이 말이 맞습니다.
우린 지금… 참되게도, 바르게도 못했어요.”
나래 어머니는 당황한 듯 입을 꾹 다물었고,
다른 어머니들은 조용히 정연에게 박수를 쳐준다.
교무실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정연의 작은 몸에서 나온 그 목소리는,
그 어떤 꾸지람보다 컸다.
그리고 형준은, 정연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리버샷보다 아픈 펀치를 날린 거 같은데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