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송 솔잎 푸르고
동백꽃 붉게 핀
햇살 밝은 화엄사.
대웅전 앞 서성거리니,
노스님 법문이 울린다.
남 눈치 보지 말고
혼자 가라.
댓잎에 햇살 반짝이고
물소리 귀에 익은
노고단 남도 길,
가슴 벅차 하늘 보니
새소리 머리에 앉네.
계곡물 햇빛 받아
바닥 돌 보석 같고,
한 줌 찬 물에
온몸이 소스라친다.
길가 푸른 대나무 솟구치니
허리가 곧게 펴지네.
지리산 정기 마셔
돌계단 박차고
노고단을 오른다.
가쁜 숨에
산등성 멀리 보니
잔설이 햇빛에 웃고,
참나무 서리 덮여
온 산이 하얗네.
눈 덮인 노고단
더 높은 산은 인근에 없고
인가도 이젠 아득하네.
저 멀리 천왕봉은 아득하고
저 아래 섬진강이 굽이 굽이.
노고단에 홀로 서 남도를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