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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아파트

by 신피질

인간이 드디어 천국을 만들었다.


호랑이, 사자, 전갈, 독사의 위협은 사라졌다.

쥐, 모기 바퀴벌레
성가신 자연은 이제 TV 화면에만 남았다.


음식이 썩지 않는 냉장고는
사계절을 신선하게 저장하고,


맛있는 음식은 앱 하나
엘리베이터 타고 문 앞에 도착한다.


따뜻한 물은 저절로 쏟아지고,
공기는 사계절 균일하고 쾌적하다.


여름엔 무소음 에어컨, 겨울엔 자동 온도 조절.

아득한 침대는 포근하다.


밤은 어떤 위협도 없이 고요히 흐른다.


철쭉과 영산홍, 수국 온갖 꽃들이 계절마다 피고,

분수는 정해진 시간마다 솟구친다.



새들은 높은 솔 가지 사이를 날며 노래하고,
아이들은 다양한 놀이터에서
모래성을 쌓는다.


넓은 잔디가 우거진 파빌리온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암마는 반려견과 물길을 따라 걷는다.


피트니스, 사우나에 남녀노소 땀 흘리고,

위험한 차량 모두 지하로 숨겨졌다.


오물과 쓰레기는 보이지 않게 사라지고,
청소는 그림자처럼 이루어진다.


수영장, 북카페, 스카이라운지, 도서관, 학교, 경로당
아파트는 또 다른 도시를 품었다.


엘리베이터는 무소음으로 오르내리고,
도시의 야경은 별빛보다 화려하다.


중국의 진시황이나, 로마의 시저도 결코 누릴 수 없는

최고의 안락과 평온과 평화가 깃드는
“이곳이야말로 천국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라고.


아! 어린아이 웃음만 리고,,

나는 무엇을 이리도 그리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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