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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빛은 하나의 원리다

빛의 여행 3

by 신피질

어젯밤 8시에 나는 아파트를 산책하면서, 하늘 정중앙에 있는 밝게 푸르고 선명하게 빛나는 별을 보았다.


직녀성이다. 영어로는 VEGA이고, 지구에서 25광년 떨어진 별이다. 질량은 태양의 2배이다.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견우성이 있다 영어로는 Altair이다. 직녀성보다 덜 밝고, 지구에서 16.7 광년 떨어져 있다.


그 사이에 수많은 별들이 보이는 은하수가 있겠지만, 서울 하늘이라, 다른 별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구상의 모든 원소는 별이 생성되고 융합하고 폭발하고 빛들이 흩어져서 만들어진 것이다.

즉 칼 세이건이 말했듯이 "우리는 별의 먼지로 이루어져 있다".


초신성 폭발.png

( 초신성 폭발 장면 )


우리가 보는 세상의 모든 빛, 별빛, 성냥불, 촛불, 장작불, 번개, LED, 심지어 치과 진료실에서 번쩍이는 X선까지. 얼핏 서로 다른 모습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를 따라가 보면 결국 하나의 원리로 연결된다.


이 모든 빛은 진공 속에서 시속 30만 Km 속도로 영원히 지속한다. 진공이 아닌 물체를 만나면, 다른 형태로 변화하지만, 사라지지 않고 에너지로 변화할 뿐이다.


불꽃과 빛 — 감추어진 에너지의 귀환


성냥불을 켜면, 작은 마찰이 화학 물질의 결합을 깨뜨린다. 그 속에 감추어져 있던 에너지가 해방되며 빛으로 돌아온다.

장작불, 촛불, 백열등도 마찬가지다.


물질 속 화학 결합은 일종의 “빛의 저축통장” 같은 것이다. 우리가 불꽃을 본다는 건, 오래전부터 쌓여 있던 빛이 다시 드러나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물리 법칙 한 개만 언급하라고 하면,

저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E = M C2이다. 사실 나는 이과 출신이 아니라 이것이 그렇게 중요한지 몰랐는데, 빛을 알아가다 보니, 이 단순한 법칙이 세상의 원리를 대변한 듯하다.


에너지는 질량에 빛의 속도를 제곱한 것이다. 빛의 속도 30만 KM를 제곱하면 900억으로 어마어마한 크기가 나온다.

E=MC.png



예를 들어 내 몸무게 65Kg을 에너지로 환산하면 E= 약 5.84X 10 18승 J로서 에너지의 크기로 보면, 히로시마 원자 폭탄의 9만 3천 배이다.


사과한 개 200g을 전부 에너지로 환산하면, 히로시마 원폭의 약 280배 규모로 크다. 즉 질량이 작아도 빛의 속도를 제곱하니 에너지의 크기가 어마어마한 것이다. 이것이 핵폭탄이 비밀이다. 내 몸의 원자 속에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는 것이다. 수많은 빛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번개 — 하늘의 방전


구름 속에서 전하가 쌓이고, 전위차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전자들이 폭발적으로 이동한다. 그 충격으로 공기 분자가 들썩이며 빛을 뿜는다.


번개는 하늘이 거대한 배터리가 되어 방전하는 장면, 숨겨져 있던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빛으로 변환된 사건이다.

상층부의 얼음은 영하 40도, 하층부의 얼음은 영하 0도로, 상층부는 하강, 하층부는 상승으로 강한 전위차가 발생한다.


이것은 마치 높은 곳에서 물의 압력으로 떨어지며, 전류를 발생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번개.png

( 번개 치는 장면 )


LED — 빛을 직조하는 기술


불꽃이 무작위로 빛을 내는 것과 달리, LED는 반도체 속 전자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통제한다.

전자가 높은 자리에서 낮은 자리로 떨어질 때, 그 차이가 곧바로 빛으로 변환된다.


여기서는 열보다 빛으로의 전환 효율이 극대화된다. 결국 재료의 성질(밴드갭)이 전류의 에너지를 어떻게 풀어내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X선 — 보이지 않는 고에너지 빛


치과에서 사용하는 작은 기계조차 수만 볼트의 전압으로 전자를 가속시킨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속은 작은 번개 발전소와 다름없다.

고속의 전자가 금속 타깃에 부딪히며 감속할 때, 그 충격의 일부가 X선이라는 고에너지 빛으로 방출된다.


우리가 뼈와 이빨을 볼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전자의 급격한 변화가 만든 또 하나의 빛의 얼굴 덕분이다.



빛의 근원 — 우주의 첫 언어

이 모든 원리를 끝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빛은 우주의 시작과 맞닿는다.


빅뱅 직후, 거대한 에너지가 폭발하며 가장 먼저 퍼져나간 것이 빛이었다. 그 빛은 별이 되고, 원자가 되고, 분자가 되고, 오늘 우리가 손에 쥔 성냥불과 LED가 되었다.


결국 세상의 모든 것은 빛이 응축되고 변형된 결과물이며, 어떤 충격이나 조건이 오면 다시 빛으로 돌아간다.



물레방아의 비유 — 에너지의 흐름


전류와 전압을 물레방아에 비유하면 쉽게 이해한다.

물이 높이 쌓여 있을 때(전압), 물이 많이 흐를 때(전류), 그리고 물레방아가 돌며 만들어내는 힘(전력)


빛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에너지가 높은 자리에서 낮은 자리로 내려오며, 그 차이가 곧 빛이 되는 것이다. 성냥불이든 LED든, 번개든 X선이든, 모두 같은 물길에서 흘러나온 다른 폭포일 뿐이다.


세상의 모든 빛은 하나


우리가 만나는 모든 빛은 사실 “에너지의 얼굴”이다.


그 에너지가 어떤 길을 택하느냐에 따라, 따스한 촛불이 되기도 하고, 맹렬한 번개가 되기도 하며, 정밀한 LED 불빛이나 치과의 X선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본질적으로, 세상은 빛이 변주한 거대한 교향곡이다.


우리는 그 교향곡 속에서 잠시 반짝이며, 다시 빛으로 돌아갈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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