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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실패, 나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4-6. 한계는 벽이 아니라, 조정 가능한 변수다

by 일이사구

도전을 멈추게 하는 건 실패의 두려움이다.


도전의 정의는 간단하다.

해본 적 없는 일을 시도하는 것.


우리는 그 두려움을 한계로 착각한다.

그러나 이 순간이야말로

나의 한계를 직면하고,

한계 극복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다.


회사에서 나는 종종 혁신 과제를 맡았다.


처음엔 재미있어 보였다.

새로운 걸 배울 수 있고,

지루한 일상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지시를 받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졌다.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위에서 내려온 목표를 소화하느라 분주해졌다.


“누가 해볼래?”

순간 공기가 싸늘해지고,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안 되는 이유가 백 가지는 쏟아진다.

나 역시 그 무리에 속했다.


예전에 프로젝트를 맡았다가

성과 압박과 관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는 실패 확률이 높다.

지원은 제한적이고,

경영진은 빠른 성과만을 원한다.


총대를 멘 순간,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걸 알았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마주한 건 혁신의 한계가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의 한계였다.


회의실에서 끝없이 보고를 반복하면서도

정작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결과보다 지적당하지 않는 것

더 중요한 순간이 있었다.


그때 이미 나는 스스로를 벽 안에 가둔 채,

‘한계’라는 이름을 덧칠하고 있었다.


안 되는 이유는 누구나 잘 만든다.

하지만 되는 이유는 하나면 충분하다.


물리적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체력에도 끝이 있고,

나이와 경험은 거꾸로 돌릴 수 없다.

이건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아직 오지도 않은 한계를

내가 먼저 규정한다는 것이었다.


“안 될 거야.”

“차라리 가만히 있자. 중간은 가겠지.”


그 순간, 벽을 세운 건 세상이 아니라 나였다.

한계는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만든다.


해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한계도 있다.

그러나 직접 부딪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도 있다.


도전이 두려운 게 아니다.

실패 뒤에 남을 내 얼굴이 더 두렵다.


사람들 앞에서 낙인이 찍히는 순간,

“쟤는 여기까지구나”


그 말이 더 무서웠다.

그래서 그 선을 긋는 사람은 결국 나였다.


한계를 규정하는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다.


그래서 나는 질문을 바꿨다.

“내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이건 답을 찾는 문제가 아니다.

실험의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이다.


넘어져야만 알 수 있는 벽이 있고,

시도해야만 확인할 수 있는 끝이 있다.


실패는 나를 증명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확장의 흔적,

어제보다 넓어진 나의 좌표다.


불확실성은 언제나 도전 옆에 붙어 있다.


도전이란 결국,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길을 택한다는 뜻이다.


그 길에는 반드시 위험이 숨어 있다.

중요한 건,

위험을 피하느냐가 아니라

그 위험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즉,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다.


완벽히 안전한 시도는 없다.


대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작게 시작하고, 빠르게 실험하며

이 과정을 반복한다.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모두 학습해, 다음 실험에 반영한다.

그리고 점점 크게 확장한다.


(Start Small → Build Fast → Think Big)


AWS 클라우드의 서비스 딜리버리 슬로건을 나 자신에게 적용한 개념이다.


그 과정을 통해 성공의 패턴을 찾고 반복한다.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이 쌓일수록,

내 한계의 울타리는 점점 더 뒤로 밀려갔다.


그때부터 나는,

실패를 ‘위험’이 아닌

성공의 패턴을 찾기 위한, ‘데이터’로 보기 시작했다.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리스크는 피하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


리스크 관리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작게 분산하라.

둘째, 완충 장치를 마련하라.

셋째, 실패를 기록해 다음 도전에 쓰라.


내 삶도 다르지 않았다.

이 세 가지를 적용하자,

도전은 더 이상 무모한 도박이 아니라

실험 설계가 되었다.


그때부터 한계는 고정된 벽이 아니라,

조정 가능한 변수로 바뀌었다.


한계를 미리 계산하지 말자.

거대한 목표는 시작도 하기 전에

스스로 벽을 세우게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단기 목표를 세우고,

작은 실패를 통해 배우자.


그러면 한계는 확장된다.


“난 여기까지야”에서

“여기까지인 줄 알았는데”로 바뀐다.


내 삶의 CEO로서, 할 일은 단순하다.


도전을 설계하고,

시행착오를 관리하며,

다시 한번 시도하는 것.


그리고 결과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


결과보다 중요한 건 과정이다.

기록은 나중이고, 행동은 지금이다.


그 과정 속에서

커리어 자기설계는 완성된다.





✅ 참고 문헌 및 인용

Drucker, P. F. (1985). 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 Harper & Row. –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는 리스크 감수의 필요성 강조

Knight, F. H. (1921). Risk, Uncertainty and Profit. Houghton Mifflin. – 위험(risk)과 불확실성(uncertainty)의 구분, 불확실성의 불가피성 논의

Project Management Institute. (2021). A Guide to the Project Management Body of Knowledge (PMBOK® Guide), 7th Edition. – 리스크 대응 전략(회피, 전가, 완화, 수용)의 프레임 제시

Markowitz, H. (1952). Portfolio Selection. Journal of Finance, 7(1), 77–91. – 포트폴리오 이론: 위험 분산(Diversification)의 기본 원리 제시

Edmondson, A. C. (2011). Strategies for Learning from Failure. Harvard Business Review. – 실패를 조직 학습과 성장의 자원으로 전환하는 전략 제안

Taleb, N. N. (2012). Antifragile: Things That Gain from Disorder. Random House. – 불확실성과 작은 실패가 시스템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안티프래질’ 개념

Dweck, C. S. (2006). Mindset: The New Psychology of Success. Random House. – 실패를 한계가 아닌 학습 기회로 보는 성장형 마인드셋 논의

Bandura, A. (1977). Self-Efficacy: Toward a Unifying Theory of Behavioral Change. Psychological Review, 84(2), 191–215. – 자기 효능감: 반복된 도전과 작은 성공이 신념을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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